동물 농장 미니북 (한글판)
국내도서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베스트트랜스역
출판 : 더클래식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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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미니북. yes24 중고매장에 들렀다가 이 더클래식 미니북 시리즈가 몇 권 보여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샀는데, 이걸 먼저 읽었다.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러시아 그림들, 예술이나 역사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주의 혁명 과정이나 소련의 흥망성쇠 과정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었다. 예전에 동물 농장을 읽어 본 적이 있었지만 너무 어렸을 적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고 아예 새로 읽는다는 느낌으로 첫 장을 펼쳤는데, 너무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내가 소련과 사회주의의 역사의 큰 줄기에 대해 알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책이 원체 쉽고 간단한 문체로 쓰여지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동물들의 사건들은 모두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비유한 것이다 (볼셰비키와 멘셰비키의 갈등을 두 돼지의 반목으로 표현한 것 등). 그 쉽고 절묘한 비유들이 이 책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었는데, 이 비유들이 실제 어떤 사건들을 뜻하는지 너무 잘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 지 뻔하게 보이면서, 읽는 것을 약간 진부하게 만든 면도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사회주의에 대해 아예 무지했으면 어떻게 읽혔을까도 싶었다.

뭐 실제 사건들을 우화로 재구성한 소설의 컨셉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동물은 언제나 옳기 때문에 우화도 언제나 옳고 미니북은 지하철에서 읽기 아주 제격이다. 여러분 미니북 많이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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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벽 외에도 올라가는 길에 있는 상점 등을 둘러보며 천천히 올라갔다. 원래는 언덕 꼭대기까지 작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가난한 나는 역시 감히 그런건 탈 생각도 못 했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성당 안에 들어가서 잠시 둘러보고 나왔다.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사실 그동안 가본 성당 중 내부를 보고 감탄할 만큼 멋있다고 생각이 든 곳은 정말 손에 꼽는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로마의 바티칸 대성당 정도랄까.


대성당을 등지고 서면 파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디 하나 높게 솟은 빌딩도 하나 없어 올망졸망 모인 낮은 건물들이 잘 보여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어디서든 느끼는 것이지만 하늘이 정말 끝없이 너르게 펼쳐져 있는 것도 이런 것 때문 아닌가 싶었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높이의 뒷산에 올라도 뻣뻣하게 솟은 수많은 건물들, 그리고 높은 산에 가로막혀 그리 멀리까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위 사진의 왼쪽 아래 가로등을 잘 보면 웬 흑형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몽마르뜨 언덕의 명물이다.


축구공을 가지고 묘기를 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올라가기도 힘들고 계속 매달려있기도 힘든 높이인데, 발 끝으로 등으로 머리로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논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한 번이라도 공을 떨어뜨리는 법이 없었다.


또 말로만 듣던 에펠탑 열쇠고리 파는 흑형들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로 이 흑형들이 파는 열쇠고리가 파리에서 제일 쌌다. 몽마르뜨 언덕을 다니는 푸니쿨라 정류장 옆에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념품점이 있었는데, 흑형들이 4개에 1유로 정도에 팔던 작은 에펠탑 열쇠고리가 여기에선 1개에 1유로였다. 다시 저 흑형들한테 가서 몇 개 집어오고 싶었지만 점점 바닥나는 잔고가 생각나 망설이다 돌아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 기념품점에서 파는 엽서는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밥 한끼를 더 굶더라도 이 엽서는 사오는 게 맞는 것 같아 4장이나 사고 말았다.)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에 거리에서 연주하는 사람을 보았다. 푸니쿨라가 지나다니는 곳의 옆에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중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건너편에 앉아서 무심히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Jeff Buckley의 'Hallelujah' 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찍고 나서 다시 보니 앞에 뛰어노는 아이들도 보이고 뒤에 지나가는 푸니쿨라도 보여 몽마르뜨 언덕 중턱의 분위기를 나름 잘 담은 것 같아 뿌듯했다.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는 중 익숙하면서 이질적인 소리를 들었다. 어디서 꽹과리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가 보았더니 이렇게 학생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사물놀이를 공연하고 있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본 코리아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모였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 분들이 어떤 학교나 단체에 있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머나먼 타국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길거리에 나와 연주를 하는 건 정말 대단하고 박수쳐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르게 이런 자리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이 공연을 보고 제일 먼저 '이거 안 시끄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 곳은 꽤 큰 대로변이며 건물들은 대부분 2층부터 거주용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 곳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매우 카랑카랑하고 강한 소리를 내는 꽹과리와 함께 사물놀이를 연주한다는 것이 나는 무언가 실례가 되는 일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대낮이라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리고 사실 저런 것을 보면, '우리도 우리 음악을 거의 찾아듣지 않는데 저런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한국적 정서를 가진 한국인들조차도 잘 찾지 않는 사물놀이를, 우리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할 때만 찾는다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과연 사물놀이가 많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사실은 답답한 때가 많다.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너무 맛이 강한 김치, 이미 나온지 5년이 지난 강남스타일 등을 한국의 문화로 소개한다는 것이 말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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