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은 사람은 일단 여행에세이를 많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서점에 가면 항상 여행에세이 코너를 본다. 특히 중고서점에 가면 멀쩡한 책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업어올 수 있어서 가면 꼭 한 권씩은 들고 오게 된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가 일단 마음에 들어서 바로 꽂힌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터키에서 시작해 핀란드까지 주욱 올라가는 여행을 하며 일어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여행을 하면 정말 여러가지 일이 생기게 된다. 그 중에는 카메라를 도난당하는 등 정말 큰 일이나 웬만하면 일어나기 힘든 일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사람은 여행중이든 아니든 어디에 가든지 먹고 자고 주변을 보아야 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여행중이라면 조금 더 특별하고 신경을 써야 되는 일이 될 뿐이다.

그래서 여행은 어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익숙한 곳에서 잠을 청하고 익숙한 맛의 음식을 먹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그 자체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삶을 잠시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난 잠시 사는 그 새로운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여행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던, 여행이라는 잠깐의 새로운 삶을 겪으며 그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감동있게 써내려 가는 것은 온전히 저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것을 보더라도, 그걸 어떤 문장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천차만별이 된다. 뭘 먹었다는, 뭘 봤다는 팩트 나열에서 벗어나 내가 그 여행지에 실제로 있는 것 같고 내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가 언젠가 책을 낸다면 이렇게 써 보고 싶다' 의 의미를 갖는 책이 되었다.

시공사에서 책 내고 싶다....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국내도서
저자 : 박정석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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