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벽 외에도 올라가는 길에 있는 상점 등을 둘러보며 천천히 올라갔다. 원래는 언덕 꼭대기까지 작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가난한 나는 역시 감히 그런건 탈 생각도 못 했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성당 안에 들어가서 잠시 둘러보고 나왔다.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사실 그동안 가본 성당 중 내부를 보고 감탄할 만큼 멋있다고 생각이 든 곳은 정말 손에 꼽는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로마의 바티칸 대성당 정도랄까.


대성당을 등지고 서면 파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디 하나 높게 솟은 빌딩도 하나 없어 올망졸망 모인 낮은 건물들이 잘 보여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어디서든 느끼는 것이지만 하늘이 정말 끝없이 너르게 펼쳐져 있는 것도 이런 것 때문 아닌가 싶었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높이의 뒷산에 올라도 뻣뻣하게 솟은 수많은 건물들, 그리고 높은 산에 가로막혀 그리 멀리까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위 사진의 왼쪽 아래 가로등을 잘 보면 웬 흑형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몽마르뜨 언덕의 명물이다.


축구공을 가지고 묘기를 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올라가기도 힘들고 계속 매달려있기도 힘든 높이인데, 발 끝으로 등으로 머리로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논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한 번이라도 공을 떨어뜨리는 법이 없었다.


또 말로만 듣던 에펠탑 열쇠고리 파는 흑형들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로 이 흑형들이 파는 열쇠고리가 파리에서 제일 쌌다. 몽마르뜨 언덕을 다니는 푸니쿨라 정류장 옆에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념품점이 있었는데, 흑형들이 4개에 1유로 정도에 팔던 작은 에펠탑 열쇠고리가 여기에선 1개에 1유로였다. 다시 저 흑형들한테 가서 몇 개 집어오고 싶었지만 점점 바닥나는 잔고가 생각나 망설이다 돌아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 기념품점에서 파는 엽서는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밥 한끼를 더 굶더라도 이 엽서는 사오는 게 맞는 것 같아 4장이나 사고 말았다.)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에 거리에서 연주하는 사람을 보았다. 푸니쿨라가 지나다니는 곳의 옆에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중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건너편에 앉아서 무심히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Jeff Buckley의 'Hallelujah' 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찍고 나서 다시 보니 앞에 뛰어노는 아이들도 보이고 뒤에 지나가는 푸니쿨라도 보여 몽마르뜨 언덕 중턱의 분위기를 나름 잘 담은 것 같아 뿌듯했다.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는 중 익숙하면서 이질적인 소리를 들었다. 어디서 꽹과리 소리가 들려 그 쪽으로 가 보았더니 이렇게 학생으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사물놀이를 공연하고 있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본 코리아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모였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 분들이 어떤 학교나 단체에 있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머나먼 타국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길거리에 나와 연주를 하는 건 정말 대단하고 박수쳐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르게 이런 자리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이 공연을 보고 제일 먼저 '이거 안 시끄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 곳은 꽤 큰 대로변이며 건물들은 대부분 2층부터 거주용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 곳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매우 카랑카랑하고 강한 소리를 내는 꽹과리와 함께 사물놀이를 연주한다는 것이 나는 무언가 실례가 되는 일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대낮이라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리고 사실 저런 것을 보면, '우리도 우리 음악을 거의 찾아듣지 않는데 저런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한국적 정서를 가진 한국인들조차도 잘 찾지 않는 사물놀이를, 우리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할 때만 찾는다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과연 사물놀이가 많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사실은 답답한 때가 많다.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너무 맛이 강한 김치, 이미 나온지 5년이 지난 강남스타일 등을 한국의 문화로 소개한다는 것이 말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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