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실패해도 괜찮다, 늦기 전에 효도해라, 건강이 최고다, 큰 꿈을 가져라, ...

20대 중반의 나로서는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가슴으로는 사실 크게 와닿지 않거나 실천이 잘 안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젊은이들에게 저런 말을 건네는 직장 상사, 부모님, 그 외 선배 내지 어른들도 내 나이때는 나와 똑같았으리라. 그들이 건네는 저런 말들은 자기가 끝내 지켜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로부터 배운 교훈일 것이다. 자신은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저 모든 것들을 다시 해낼 수 있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 못 하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안타깝고 절박한 심정으로 외치는 것이다. 괜히 훈계 내지 덕담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그것을 해내지 못한 과거의 자기 자신이 미워서. 누군가 말한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 너무 아까운 것이다' 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겠지.

'나잇값'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철 든 행동, 철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일 뿐이지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실제로도 남자는 군대 가서 철이 든다고 종종 말하지만 군대를 다녀와서도 한없이 유치하고 철 없는 짓을 일삼는 사람도 많다. 아니면 민증도 채 나오기 전의 어린 나이인데도 동생과 아픈 부모님을 챙기는 어린 소년 가장을 텔레비전에서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인생일지라도 이제 곧 20대 후반으로 꺾일 나이가 되니 그 나잇값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지 나이를 많이 먹고 오랜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얼마나 '후회의 순간을 많이 경험했냐' 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정말 뼈저리게 후회를 하는 날이 오면 사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비록 효도처럼 후회하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기에, 어리고 철 없었던 지난 날의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스스로의 의지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잇값을 하게 되고, 자신이 저질러버린 실수를 하지 않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젊은이를 부러워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아마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실패를 하고 과도한 우울에 빠지고 나서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건강을 잃고 나서야,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을 목적 없이 흘려보내고 나서야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훗날 그런 말을 들을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나처럼 그런 말들이 가슴 속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그들은 그런 후회의 경험이 아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일을 망쳐버리고 실수를 하고 소중한 것을 놓친 경험으로부터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인간은 후회를 먹고 자란다. 훌륭한 인간으로 잘 자라기 위해서는 후회를 '잘' 하는 법을 알아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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