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적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편이라 생각하)고 내 스스로의 문제를 잘 알아차리는 편이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 환경의 탓을 하기 보다는 내가 못나서, 능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런 점은 나라는 사람의 장점이라고 나름 생각을 한다.

이것 말고도 내가 사랑하는 내 장점은 꽤 있는 편이고 그것들로 인해 나름 자존감도 높은 편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때때로 나를 너무 잘 아는 탓에 나 자신을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로 몰아넣는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주로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문제를 스스로 잘 고치지 못 할 때가 제일 힘들다.

똑같이 잘못을 해도 그게 잘못인 줄 모르고 한 것과 알고도 잘못한 건 다르다. 과실범과 고의범의 형량이 엄연히 다른 것도 그런 이치를 반영했을 것이다. 내가 더욱 괴로워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뭐가 문제인 지 뻔히 알고 있는데, 그리고 그것들이 때때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데, 왜 자꾸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지. 몰라서 그랬다면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할 말도 없고 그냥 내 스스로가 더욱 혐오스러워 질 뿐이다.

오래 된 나쁜 습관이나 문제 등을 고치는 게 말처럼 쉬웠다면 세상의 그 누가 위인이 되지 못하겠는가. 그것이 어려우니 세상 온갖 갈등이 생기고, 굳은 의지와 행동력을 가진 사람만이 훌륭한 일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양 쪽을 모두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 자신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것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스스로를 심하게 질책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싫고 괴롭다. 스스로를 질책하지 않는 것은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합리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무기력해지는 것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어찌됐든 답은 하나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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