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해안가라서 그런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해산물이 맛있고 또 많이 먹는 편이다. 나는 비록 스시뷔페만 줄창 가긴 했지만, 스시 말고도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거지라서 고급진 음식들을 먹을 수 없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에그타르트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많이 먹었다. 특히나 리스본 구시가 중심에 있던 이 곳은 에그타르트를 굽는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당장 에그타르트 3개와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먹었다. 역시나 리스본에서는 어디서 에그타르트를 먹든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렇게 에그타르트 맛집을 몇 군데 돌아보고서, 해가 채 지기도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숙소 리셉션에서 계산기를 빌려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고 쓴 돈을 정산했다. 교통, 숙박, 식비 등 모든 비용을 합쳐 총 550만원이 들었다. 3달 배낭여행에 550만원이라니, 나도 정말 미친놈이구나. 통장에는 딱 11000원의 돈이 남아있었다.

다음 날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지하철 표를 살 동전이 하나도 없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숙소 주인 아저씨에게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1유로만 어떻게 줄 수 없겠냐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부탁을 해 보았다. 너무나도 흔쾌히 1유로와 더불어 사용하지 않은 1회용 교통카드까지 주었다. 내가 답례로 지갑속에 있던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니, 그 지폐를 이마에 붙였다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의 손짓을 하면서 너무나도 좋아했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그 호의에 기쁜 마음으로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가 서서히 지면을 박차고 떠오르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데 흐르지는 않았다. 내 마음을 울렸던 이 여행 중의 행복과 지치는 일들과 괴로움, 그리고 즐거움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면, 이런 감정들에 북받혀 울게 되지 않을까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이 비행기가 뜨자마자 모두 아득한 과거의 일이 되었다. 마치 길고 긴 꿈에서 깬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제 내 인생에 다시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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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0.7€ (방값 62€)
8/5 17.46

8/6 40.46

8/7 14.41

8/8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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