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의 마지막 날은 하버드와 MIT 캠퍼스 투어. 사실 뉴욕이랑 보스턴에 와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 고등학교 시절 미국 동부로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이런 곳들을 갔었더랬다. 보스턴에 왔을 때 이 날처럼 하버드와 MIT 캠퍼스 투어를 했었는데 약 십몇 년 뒤에 다시 이 곳에 오면 어떤 느낌일지 좀 궁금하기도 해서.
참, 보스턴에도 칙필레가 있어서 보스턴에서의 아침도 매일매일 칙필레였다. 3일째 가니, 나는 몰랐는데 매장에서 주문 받아주시는 분이 나를 알아보고 먼저 "오늘도 오셨네요!" 하고 인사를 해 주셨다. 아... 이것이 미국인들의 정서구나.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괜시리 기분이 참 좋았다


먼저 하버드 캠퍼스에 갔다. 캠퍼스 중심부에 있는 저 존 하버드 목사의 동상 발을 만지려고 수학여행 왔을 때 줄을 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오늘도 여전히 관광객들이 저 발을 만지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고 있었다. 난 하버드에 오지도 못했고 가지도 못하고 갈 생각도 없으니 먼 발치에서 예쁜 노랑으로 물든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잔디밭의 거대한 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는 사람이라... 뭔가 너무 미국스러운 구도. 저 장면을 보면서, 이 날 칙필레에서 아침을 먹다가 아침 메뉴 판매가 끝나는 시간에 또 나눠준 공짜 부기를 싸 온 걸 여기서 먹었다. 칙필레 가고싶다 !!!!!!!!


캠퍼스 여기저기 정말 단풍이 절정이었다




갑자기 하버드의 박물관은 어떨지 궁금해서 잠시 들어가 보았다. 이런 광물 샘플들도 잔뜩 있고



동물과 화석 샘플들도 많고, 사진엔 없었지만 식물 샘플이랑 이런저런 자료들도 정말 많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직도 이런 거 보고 즐거워하는 거 보면 그래도 이과인간은 맞는 것 같다. 저런 돌이나 보면서 흥미로워 하는 취향이라니.

자랑스럽다 !! K-food

아직도 한국에서 찾아보기 꽤 힘든 사이버트럭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고.
하버드에서 불과 차로 한 10분 정도만 가면 바로 MIT 캠퍼스가 있다


그 이름부터 폭력적인 MIT! 여기 왔던 기억도 다시 떠오르는구나.



돌아다니기만 해도 100년 전으로 간 것 같았던 하버드의 교정과는 달리 MIT는 역시 특이하게 생긴 조형물과 건물이 많다. MIT는 진짜 캠퍼스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특이한 곳이 많아서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미디어랩 건물 안에서 어떤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전시도 생각보다 되게 재밌었다.
그리고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어로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 한국 어떤 과학고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나본지 학교 잠바를 입고 삼삼오오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와 정말 13년 전의 나로구나. 그 때 진짜 묘한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 고등학생 때, 우리 집이 그렇게 여유있는 집안도 아니었는데도 정말 부모님이 무리하셔서 미국으로까지 수학여행을 보내주셨다. 사실 지금 그 때 기억이 막 엄청 많이 남아있다거나 그 때 경험이 내 삶을 많이 바꿔놨다거나 하진 않았다. 반대로 이 때 유학의 동기를 많이 느낀 친구들, 똑똑한 동기들은 지금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를 밟고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한국에서 대학 나와서 회사 다니고 있고... 어쨌든 그래도 그 십수년 간의 간극을 넘어 이제는 내가 손수 돈을 벌어서 미국으로 여행을 와서 그 때 수학여행으로 왔었던 이 곳에 나 혼자 와 있으니 되게 뭐랄까.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일이 있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눈 앞에 딱 그 고등학생 시절의 나와 닮은 다른 학생들이 보이니, 또 저 학생들은 지금 여기를 둘러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좀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워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반갑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 저녁에 사실 NBA 경기가 있어서 그걸 꼭 보고 싶었다. 근데 진짜 돈을 여행하는 동안 너무 많이 써서, 티켓마스터에서 조금이라도 싼 티켓을 사려고 진짜 몇 시간동안 계에에속 새로고침을 하다가 경기 시작 직전 30분이 되어서야 그냥 포기하고 적당한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카드가 문제인지 계속 새로고침을 해서 이상한 유저로 필터링이 됐는지 결제가 막혀서 티켓을 못 사고야 말았다. 그냥 서둘러 경기장으로 가서 현매라도 하려고 했는데 남은 티켓은 없다고 하고... 그냥 하루종일 고생만 하고 농구는 못 본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뭘 할까 하다가 예전에 잠깐 들어본 밥딜런 아들이 하는 월플라워즈 라는 밴드가 공연을 한다길래 티켓을 사서 들어갔는데 진짜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공연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고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그냥 나와버렸다. 에라이~

이렇게 나의 미국 여행은 끝이 났다
여담으로 굉장한 우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MIT 때 봤던 과학고 친구들과 같은 쪽에 앉게 되었다. 비행기 티켓을 샀을 때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따로 있어서 사전 좌석 신청을 해 놨는데 그 블럭 자체를 그 학교쪽에서 다 예약을 했는지 거의 나만 빼고 비행기 맨 뒷블럭에 그 학교 학생들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 아 참 반갑기도 하고 뭔가 말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또 그냥 쟤네들이 보면 나는 그냥 흔한 아저씨일 뿐인데 말 걸면 이상하게 보일까 싶어서 참고 있다가, 뒷 갤리에 서서 스트레칭하고 샌드위치를 주워먹던 찰나에 화장실 기다리던 친구들 무리와 눈을 마주쳐서 결국 말을 걸어버리게 되었다 ㅜㅜ 다행히 나도 과학고 출신이라고 하니 애들이 엄청 반가워하면서 나한테 진로나 진학 관련해서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고 그래주었다. 나도 뭐 내가 미국에서 박사하거나 그런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 친구들 지금 잘 살고 대학도 잘 가고 했으려나. 궁금하네
갈 때는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갔는데 돌아오는 15시간을 이코노미석에 구겨져서 오니 기분이 참 그랬다. 그래도... 정말 재밌는 일들이 많았고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번 미국 여행.
미국 다녀와서 사람들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정말 내가 돈만 많다면 매년 뉴욕에 가고 싶다" 고 말을 한다. 뉴욕에는 인간이 원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컨텐츠가 최상급의 퀄리티로 있다고나 할까.
미식이면 미식 -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과 수많은 나라의 음식들
스포츠면 스포츠 - NBA, MLB. 말이 필요한가?
미술이면 미술 - 메트로폴리탄과 모마
음악이면 음악 - 매일 여기저기서 열리는 세계구급 아티스트들의 콘서트와 수많은 재즈 클럽들
뭐 그 외에도 정말 뉴욕에서 즐긴 모든 것들이 만족도가 정말 높았다. 보스턴도 뉴욕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정말 좋았고. 미국에 터를 잡고 지내는 친구들이 왜 그렇게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도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또 가고 싶다.
'여행 > 2024 미국 뉴욕, 보스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411 보스턴 (1) (0) | 2025.11.23 |
|---|---|
| 202411 뉴헤이븐 (0) | 2025.11.23 |
| 202410 뉴욕 (6) (1) | 2025.11.16 |
| 202410 뉴욕 (5) (0) | 2025.11.15 |
| 202410 뉴욕 (4) (0) |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