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인 구경과 휘트니미술관 구경을 마치고도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뉴욕에 여행 간 적이 있거나 살았던 친구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했던 그리니치라는 동네와 워싱턴 스퀘어 파크 쪽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평화로운 와중에 하수구에다 담.꽁을 버리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나 피차 마찬가진가 보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빨간 벽돌의 낮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휘황찬란 끝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높은 마천루 사이에 있다가 이런 동네로 오니 좀 더 사람 냄새가 나~

할로윈 주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에 할로윈 장식이... 심지어 차 위에도

어떤 친구가 아주 그냥 호들갑에 들갑을 떨면서 제발 먹어달라고 했던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을 먹으러 왔다. 미국에 지점이 여러 개가 있다고 하지만 동네 뚜스레스주르스보다도 작은 여기가 본점이라나.

왜 그렇게 호들갑에 들갑을 떠셨는지 알겠네요... 정말로 제가 먹은 바.푸중 인생 최고의 바.푸 인정합니다... 입에 넣자마자 손가락이 떨릴정도로 온갖 당에 탄수화물 폭탄인 이 바푸를 이 이후에도 몇 번이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확실히 맨해튼 위쪽 지역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위쪽 지역은 길거리에 서 있기만 해도 뭔가 압도당하는 기분, 움츠러드는 느낌과 함께 설레기도 하고 하여튼 형용할 수 없는 뭔가가 몸을 휘감았다면 그리니치에서 걷고 있으면 여기저기 위트있는 장식물이 있는 가게와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며 계속 웃음짓게 되고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ㄱㅇㅇ

할로윈 밤이 너무나도 기다려지는 길거리 구석구석 집과 건물들의 장식들

뉴욕 오기 전 유튜부에서 쭉 돌려봤던 이서진의 뉴욕뉴욕 그 이서진씨가 나왔다는 뉴욕대 앞도 지나간다...

그리니치의 한 가운데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음악소리와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떨냄새... 떨냄새를 처음 맡으면 그걸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도 "아! 이게 떨냄새구나" 하고 알 수 있다던데 그 말이 진짜 참트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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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작은 공연이 쉴새없이 열리는데 계속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어떤 한 구석탱이에서는 시위도 열리고 있고...

어딘가에서는 머리 희끗한 할배가 타로도 봐주고...

어딘가에서는 엄마가 보면 등짝을 후려버릴 것 같은 기행을 벌이고 앉았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여유로운 오후 한 때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멀쩡한 공원... 품에 J.S. BACH가 적힌 악보집을 들고 파란색 헤드폰을 목에 걸치고 아프로컷을 한 이 사람 정말 "미국" "뉴요커" 걍 그 자체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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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냥 어딘가에 걸터앉아서 담배도 피우고~ 유튜브도 보고~ 마작도 치고~ 너무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사실 그냥 여행하면서도 뻔질나게 다닌 공원 중 하나인 곳이지만 뉴욕을 다녀온 지금도 왜 자꾸 이 곳이 종종 생각이 나는걸까. 여긴 진짜 미국 하면 생각나는 수많은 키워드 중 "자유" "여유" 이런 것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앉아서 쉬는 사람들도 있고 기행이든 시위든 떨이든 재즈 공연이든 뭔갈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고... 아 너무 그립다 이 곳이.

그렇게 산책을 하다가 난데없이 이상한 색깔로 물드는 하늘. 이게 뭔 일이야..? 바다 쪽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가 황급하게 방향을 돌려 이 노을을 1초라도 더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정이 아니고 진짜 하늘 색깔이 이랬다. 노을조차 말도 안 되는 미국 뉴욕 아아 도대체 이 도시는 어떤 곳이란 말인가

이 날의 마지막 코스로는 뉴욕 재즈클럽 가기. 블루노트를 갈까 어딜 갈까 많이 찾아봤는데 블루노트는 이미 (애초에?) 너무 관광지화 되어서 직원들도 싹바가 좀 없다고 하고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이름값으로 근본 취급 받는데 솔직히 빌리지뱅가드나 버드랜드보다 근본도 아닌데... 다른 곳들은 뭔가 연주자나 공연 구성이 딱히 끌리지 않았고 그럴 바에 그냥 빅3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규모가 작고 현장감 있고 분위기 좋은 곳을 가기 위해서 smalls라는 클럽에 예약을 했다.

혼자 간 사람이라 그런지 진짜 무대 50cm 코앞의 자리를 내어줬는데 그래서 광각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고 아저씨들의 비율이 완전히 망해버린... 그만큼 엄청나게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 자체는 엄청나게 내 취향은 아니긴 했지만..! 다른 데 가서 무대랑도 먼 곳에서 관광객 떠드는 소리로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뭔갈 보느니 차라리 이게 훨씬 나았겠다 싶은.

다 보고 나오니 출출해서 타코랑 콜라를 시켜먹었다. 저게 다 해서 십몇달러였나... 진짜 너무 좋지만 너무 날강도같은 도시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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