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강렬하고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2일차 일정 시작. 조금 뉴요커 기분을 내 보고자 베이글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베슬 앞에 있는 어딘가에 앉아 먹기로 했다

전지구급 최강인 서울 지하철만 타고 다니던 사람에게 뉴욕 지하철이란 정말 쉽지 않다.. 일단 내가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맞게 출구를 잘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사거리가 있고 사거리의 각 구석에 4개의 지하철 출구가 있으면, 상행선의 입구는 그 중 딱 하나이고, 하행선의 입구는 그 반대편 딱 하나이다. 나머지는 출구로 쓰이고... 게다가 호선에 따라 다르지만 냄새도 지리는데다 스크린도어도 없고... 땅 위의 어마어마하게 높고 화려한 마천루에 대비되는 지하의 뉴욕 풍경이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줄 서서 사먹는 유명 베이글 집에서 에그베이컨 베이글을 사다가 우적우적 먹었다. 저거 단품만 한 만이천원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뭐 그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베이글이 베이글이지 그런 느낌... 어쩌다 예전에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베이글 사먹었을 때 느낌이랄까. 그정둔가

실제로 눈으로 보니 확실히 위압감이 느껴지는 베슬. 저 날은 저기서 추락사고가 일어나고 나서 한동안 입장을 닫아놓고 보수를 했다가 다시 재개장하는 날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고 싶은 느낌까진 아니어서... 밖에서 보는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그냥 겉만 슥 둘러보고 지나갔다

오늘 낮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던 하이라인 파크의 입구

뉴욕에 오기 전에 뉴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유현준 교수님이 하시는 채널에서 뉴욕을 쭉 둘러보는 컨텐츠를 좀 보고 갔었다. 거기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 하이라인 파크. 예전에 고가 화물철도로 쓰였던 선로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맨해튼의 서쪽 중간부분을 위아래로 쭉 잇는 선형공원으로 만들어버린 곳이다. 그래서 건물 사이를 지상으로부터 한두 층 높은 높이에서 쭉 걸어가는데 조경도 너무 잘 해놓고 걷기에 정말 편하게 만들어 놓아서 산책할 맛이 났다.

이런 멋있는 건물들도 지나가다가 보는 재미가 있었고

조금씩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날에 맞게 단풍 든 나무들 보는 재미도 있었고

조금 높은 곳에서 올려다 보는 뉴욕 한적한 길거리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고

군데군데 재치있는 공공미술?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총 거리가 2.3km로 그렇게 길지도 않지만 마냥 가볍게 걷기에는 그리 짧은 길이도 아닌데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것들을 구경하면서 멍하니 걷다가 보니 금방 끝에서 끝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이제 평화로웠던 도심 속의 작고 긴 공원에서 내려와 다시 바삐 돌아가는 도시로 내려왔다.

하이라인 파크 반대쪽 끄트머리의 강가에는 이렇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섬 형태의 공원이 하나 있다. 이름은 "리틀 아일랜드"

안으로 들어오면 역시나 한적하게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섬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맨해튼 섬 아래쪽 강가. 눈이 아플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씨 아래서 저 멀리 보이는 마천루의 스카이라인과 내 주변의 녹지들,,, 뉴욕스럽다

여기저기 할로윈 준비로 분주한 길거리를 지나 휘트니 미술관으로 간다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첼시 마켓도 잠시 들른다. 아마 관광객들에게는 랍스터를 먹으려고 많이들 오는 곳일텐데 나는 뭐 돈도 없고 음식에 그렇게 욕심도 없고 랍스터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냥 슥 둘러보고 나왔다. 1인분에 무슨 5~6만원은 기본이던데 억떡해 먹어요,,,

휘트니미술관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개별로였다. 입장료는 30달러인데 그렇게 인상적이거나 취향에 맞는 작품도 없었고 크기도 그렇게 크지도 않고 (현카로 무료입장 가능한 모마나 비슷한 입장료의 메트와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 거기에 멤버만 입장 가능한 얼리엑세스 층까지 있고 어떤 한 층은 무슨 클럽같이 조명도 시뻘겋고 정신없게 막 해놨는데 그런게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돈이 좀 아까웠다 이돈이면 그냥 랍스터 먹지 ㅋㅋㅋ 라고 예알못이 열불을 냅니다

리뷰를 좀 찾아보니 휘트니 자체가 가진 컬렉션의 규모는 꽤 큰데 기간에 따라 상설전시만 진행하거나 특정 층이 보수에 들어가거나 하면 훨씬 더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적어지는 듯. 아마 내가 갔을 때가 그런 때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돈 아까웠다

그래도 이 곳의 테라스에서 볼 수 있었던 뉴욕 풍경과 스카이라인은 꽤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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