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비행기를 좋아해서 비행기 리뷰나 항공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보는데, 언제 한 번 일본의 전일본공수(ANA) 라는 항공사의 퍼스트클래스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와... 퍼스트는 고사하고 비즈니스도 타 본 적 없는 내게 언제나 퍼스트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 뭔가 다른 세상의 얘기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영상에서 마일리지로 발권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고, 내가 가진 마일로는 택도 없지만 부모님이 가진 마일을 합하면 간신히 뉴욕행 퍼스트 편도를 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 마일을 털어먹는 불효짓을 진짜로 저질렀냐... 네 저질렀습니다. 아빠가 예전부터 이걸로 가족여행 가자고 카드로 열심히 모았던 마일이었는데 가족여행은 재작년에 필리핀 다녀온 걸로 가이드 노릇을 톡톡히 했고... 마일 발권하는 것도 몇 달 전에 일정도 픽스해놔야 하고 마일 표 자체도 물량이 많이 없고 쉬운 일이 아닌데 쓰실 수 있을까 싶어서 슥삭 해버렸다. 물론 용돈은 두둑히 드렸다.

사실 퍼스트 끊을 마일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표가 남아있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출발 10개월 전에, 그러니까 2023년 12월에 뉴욕행 한 자리가 남아있는 걸 발견하게 됐다. 냉큼 발권했다. 어차피 휴가 쓰는 거에 대해선 자유로운 회사고 3년 근속 휴가도 주어지니 일정이야 맞출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 퍼스트 클래스 리뷰 영상을 보며 입맛만 다시다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떠날 시간이 되었다.

뉴욕, 보스턴 여행기의 시작으로 웬 요코하마가 들어갈까 싶을 수 있지만, 일본 항공사의 표를 끊었기 때문에 하네다에서 경유를 하는 일정이었다. 경유 시간이 8시간 정도로 생각보다 길어서, 하네다에서 전철로 2~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요코하마에 후딱 다녀와도 시간이 괜찮을 듯 했다. (아 참, 아시아 - 미주 퍼스트가 고정으로 8만마일이 차감되기 때문에 김포-하네다 노선도 비즈니스를 탔다 하하하)

요코하마로 가는 길. 일본 전철에는 이렇게 앞이 뚫려있는 곳이 많아 맨 앞 량에 탄다면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제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

요코하마 역에 도착. 일단 스타벅스에 들어가 할 일을 좀 했다. 앞으로 일본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종종 갈 일이 많을 것 같아 일본 유심까지 파게 되었다. 맨날 신세지는 것도 한 두번이지...

가을이기도 하고, 한국보다 해가 조금 더 금방 지는 느낌인 일본이라 시간이 5~6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각종 기업의 본사가 많은 요코하마답게 으리으리하고 커다란 건물들이 역 주변에 많이 있다.

조금 걸어가다 보면 요코하마의 명물 코스모월드의 코스모클락21이 보인다. 크기도 겁나 크고 조명도 계속 반짝반짝 이쁜 색깔로 물들여져 있어 해가 지니까 보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의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전에 하코다테에서도 본 기억이 있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창고이다. 예전이야 창고로 쓰였지만 하코다테의 아카렌가도 그렇고 여기의 아카렌가도 그렇고 지금은 상점가 겸 관광지로 쓰이고 있다.

아카렌가 창고와 코스모클락, 여러 거대한 건물들이 한 눈에 보이는 신구가 뒤섞인 요코하마의 밤 풍경

해변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요코하마의 또 다른 관광지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초입부터 대놓고 나 차이나타운이요 온 몸으로 꺼드럭대고 있다.

각종 길거리 음식을 파는 가게들 앞에서 외국인과 일본인이 뒤섞여 줄을 서고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좀 이따 퍼스트 라운지도 가 보고 비행기에서 코스요리도 즐겨야 하기 때문...

그렇게 차이나타운 구경까지 마치고 하네다공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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