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는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이 있다. 마치 한강이랑 비슷한데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차오프라야 강 위를 돌아다니는 배를 마치 버스 타듯 타고다닐 수 있다는 거다. 한강에서도 아주 예전에 한강 수상택시라고 대중교통 비슷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 같고... 그런데 방콕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대중교통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렇게 나무로 만든 배를 15~20바트 정도 내고 탈 수 있다. 물 색깔은 우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강과는 비교도 안 되게 똥물이었다. 저절로 튀기는 물에 맞지 않도록 몸을 사리게 되었다.

배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중에 눈길을 확 사로잡은 건물을 하나 보았다. 진짜 보자마자 욕+감탄사가 바로 나왔던 것 같다. 대체 이게 뭐람? 놀라서 좀 검색을 해 보니 '아이콘시암' 이라고 생긴지 얼마 안 된 방콕 최대의 백화점이라는 것 같다. 명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도 매장을 찾기가 힘든 브랜드의 매장이 전부 다 모여 있고 규모도 어마어마한 데다가 건물의 외관 자체가 그냥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침착맨이 벤츠의 로고에 대해 얘기할 때 '폭력적인 삼각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아마 여기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콘시암의 강 바로 건너편에는 이런 집들이 즐비하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서울이라고 뭐 다르겠냐만 방콕의 빈부격차는 생각 이상인 것 같고 이렇게 한 자리에서 그 증거들을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다는 게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날의 목적지는 방콕의 왕궁과 그 주변의 사원들이었다. 계속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퍼부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왔는데도 축축 처지는 습기에 땀까지 섞여 옷은 다 젖고 무겁고 체력적으로 시작부터 너무 힘든 날이었다.

진한 황금색, 붉은색들은 잔뜩 흐린 하늘 아래서도 선명했다.

우뚝 솟은 탑, 화려한 장식... 의 연속.

왕궁의 화려한 장식의 목적은 당연히 그 권위의 자랑이기에 별 생각 없이 "대단하다, 멋있다" 정도만 느껴도 되지 않을까. 태국의 역사나 불교 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대단하다, 멋있다" 말고는 느낀 바가 별로 없었다. 다만 비가 와서 바닥에 고인 물에 비친 모습은 더욱 멋있었다

"이야, 대단하다, 멋있다"

요런거에 대해서는 설명을 좀 들어보고 싶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석상인 걸까? 

왕궁과 왓 쁘라깨우 구경은 여기서 끝.

다음으로는 아침에 전율이 돋았던 아이콘시암에 들어가 보았다. 지하에는 이렇게 방콕 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곳이 있다.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주변에는 테이블이 있어 여러 곳에서 사온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다.

다만 당연하게도 가격은 진짜 시장보다는 조금 높다. 그래도 이렇게 습한 날씨에 위생적으로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을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적어도 여기라면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잔뜩 샀었다. 특히 족발덮밥을 진짜 먹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명품관은 그냥... 휘황찬란하다. 장난이 없다

또 좋으면서 귀여웠던 건 아이콘시암 문에서 BTS(방콕의 지상철) 역 앞까지 저렇게 커다란 파라솔에 바퀴를 달아 사람들을 에스코트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저녁에는 킹 파워 마하나콘이라는 전망대에 갔다.

단언컨대 내가 그 동안 가 본 전망대중에 최고였다. 78층 마천루가 야외 개방이 되어있는데 그 개방감과 개성있는 높은 건물들 사이사이에 빼곡하게 들어찬 차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악단의 흥겨운 연주

밤이 되자 혼자 방콕 전기 다 끌어쓰는 것 같이 불타는 조명의 아이콘시암 앞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까지. 살면서 이보다 멋있는 도시 야경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저녁에는 현지인들이 마치 청첩장 약속을 잡을 것 같은 분위기의 좋은 로컬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아침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저녁이 될 수록 행복으로 가득 찼던 하루.

다음 날에는 아침부터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글에 쓰지는 않았지만 1일 1마사지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가게마다 편차는 있지만... 한국에서 발마사지 40분 받을 가격으로 무덥고 찌는 날씨에 에어컨 쐬며 전신 마사지를 2시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이었다. 마사지를 예약해 놓고 가게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금 기다렸다.

뭔가 마음에 드는 사진

마사지를 받고 나와서는... 이 날은 아마 계속 쇼핑몰만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한 디저트카페에서 먹은 미친 맛의 망고빙수와 치즈토스트를 먹었다. 한 시간은 기본으로 대기를 해야 하는 곳인데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곳 같았다. 일단 비주얼 자체가 딱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모양새 아닌가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차오프라야 강 크루즈였다. 좀 찾아보니까 호텔에서 운영하거나 하는 비싼 크루즈 말고는 다 고만고만한 것 같아보여서 그나마 좀 나아보이는 걸로 예약했었다.

배에는 뷔페도 있어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사실 크루즈가 태국 물가에 비해선 그래도 조금 가격이 있는 편이라 음식도 기대를 했는데 그냥 음... 애슐리 이하였던 것 같다. 아예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기대를 할 만한 정도도 절대 아니었다.

방콕 야경은 볼 수록 정말 예쁘다. 특히나 왕궁과 그 주변 사원 지역은 내가 알기로는 건물 고도제한이 걸려 있어서 왕궁과 사원 건물 뒤로 번잡스러운 고층 건물이 보이지 않다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대단하다, 멋있다"

음식은 그저 그랬지만 그래도 한적하게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감상하니까 좋기는 했다. 뱃머리 쪽에서는 음악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는데 그렇게 들어줄 만한 건 아닌 것 같고 차라리 배 뒤쪽 테이블로 가는 것이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금액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크루즈를 타고 나서는 재즈나 블루스를 연주하는 바에 갔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공연이 보이는 테이블을 잡기에도 힘들었다. 연주는 진짜 맛있었고 계속 맥주를 퍼먹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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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량에 비해 너무도 비좁은 방콕의 도로. 조금 늦은 오전인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차가 거의 움직이지도 않을 정도로 정체가 시작된다.

셋째날인 월요일에는 방콕 근교인 아유타야라는 곳에 가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투어를 예약해 놓고 갔다. 아무래도 예전 태국 땅의 왕국이었던 아유타야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고, 지금도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서 가이드가 없으면 감흥이 반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한국의 경주와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말을 되게 잘 하시는 가이드분 그리고 다른 한국인들과 같이 봉고차에 타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까?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사실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아유타야에 산재해 있는 많은 사원들 중 하나. 진한 붉은 벽돌의 색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사원에 가면 나는 향 냄새가 너무 좋다.

황금으로 된 불상이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크기가 큰 것부터 손가락 하나 크기만 한 아주 작은 것도 놓여져 있다.

사실 불교 문화에도 큰 관심이 없는 내게 제일 신기했던 것은 바로 이 나무였다. 어떻게 한 나무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필 수 있는건지... 영험한 어떤 힘인 건가?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이 때의 빗줄기는 오후에 비하면 아주 약과였다

중간에 코끼리 농장? 이라고 해야 할지 뭔지... 에도 들렀다. 타볼 수 있던 건 아니었고 당근같은 먹이를 사서 줄 수는 있었다. 나는 사서 주지는 않고 다른 사람들이 먹이 주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낼름낼름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다음으론 왓 마하탓이라는 사원에 갔다. 엄청나게 얽히고 설킨 나무 뿌리 사이에 부처님 얼굴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냥 보면 저게 뭐가 신기해? 할 수도 있지만 나무 뿌리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양을 자세히 보면 대체 처음에는 나무 뿌리가 없었을 시절 저 얼굴이 어떻게 놓여져 있던 건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런 모양이 된 건지 생각해 보면 조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비에 젖어 색감이 더 진해진 벽돌과 빗소리, 흙 냄새도 좋기는 좋다

사원 내부는 자유관광이었기 때문에, 산책하기 좋다는 느낌만 있었을 뿐 뭔가 의미있는 설명을 듣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저녁 시간에 강에서 배를 타는 일정이 포함돼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배를 탈 만한 날씨는 아니었다.

시장에도 들르는 일정이 있었는데 이 때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대로 둘러보기가 힘들었다. 날씨도 너무 습해서 뭔가 더 위생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도 이 바나나 로띠는 팬에다 굽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먹어봤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결국 밥다운 밥은 방콕에 돌아와서 먹었다. 어쩌다 찾은 피자집인데 진짜 맛있었다.

다음 날의 하이라이트는 태국 요리 원데이 클래스. 반나절 정도 참가하는 데 4만원 정도였으니까 태국의 물가에 비하면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다들 호평 일색이라서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 놓았었다.

요리학교 가는 길에 보았던 야옹이들.

그리고 타이밍 맞게 잘 찍힌 마음에 드는 골목길 풍경.

요리학교 내부는 정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태국 사람 대부분이 그렇지만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고 유쾌했다.

요리 강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강사와 같이 아침 시장에 가서 태국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필요한 것을 구입해서 오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코코넛 밀크와 코코넛 크림을 만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스티키 라이스를 이 때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만드는 모습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요리 강습이 끝나고 나서 스티키 라이스를 먹어봤는데... 달다구리 처돌이인 나에게 너무나도 신세계였다. 어떻게 밥에서 이런 맛이,,,

신기한 것은 그래도 원데이 클래스니까 양념이나 이런 것들은 기성 제품을 쓰지 않을까, 쉬운 부분들만 그냥 따라해 보는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고추, 생강, 고수, 양파 등 양념에 들어가는 채소들부터 직접 썰고 절구에 빻아서 빨간 양념을 만들고, 시장에서 봤던 코코넛 밀크를 풀어서 커리를 만들고 하는 등 거의 바닥부터 요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 또한 미쳤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만 빼고 나머지 모든 요리를 직접 만들고 심지어 장식과 플레이팅까지 내가 다 했다. 맨 위의 사진은 포멜로라는 과일로 만든 포멜로 샐러드인데 그 위에 올라간 꽃도 직접 토마토 껍질을 썰어서 만든 것이다. 요리를 아주 못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겨 하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이것들이 내 손에서 태어난 것인지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맛도 있었다. 제품을 쓴 게 아닌데! 다시 방콕에 가면 무조건 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원데이 클래스가 끝나고 나서 들른 근처의 분위기있는 카페. 사장님 인테리어 센스가 장난 아닌 것 같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오토바이 행렬. 이렇게나 오토바이가 많은데도 (운전자) 무뚝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낫다

너무 더운 날씨에 지쳐 숙소에 잠시 들러 씻고 좀 쉬다가 나왔다. 저녁에는 엠쿼티어라는 쇼핑몰에 가서 좀 둘러봤는데 여기서 엄청난 음식을 만나고야 말았다. 저 위의 초록색 빵인데 판단빵이라고 하는 음식이다. 아... 저 맛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달달하고 쫀득하고... 이 때 이후로 판단빵을 파는 데가 보이면 무조건 사서 먹었던 것 같다.

저녁에는 지구오락실에서 이영지가 계속 외쳤던 그 시암 보트누들 식당에 가서 먹어보기도 하고.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맛은 그냥 그랬다

저녁에는 분위기 좋은 바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태국이 물가가 싸다지만 이런 고급진 곳에 오면 서울보다 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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