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은 새빨간 배경과 웃으며 합장하는 캐릭터, 태국 문자가 어울려 뭔가 귀엽다.

다음 날에는 '아리' 라고 하는 지역에 갔다.

방콕의 성수같은 느낌인 지역인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스타 감성의 디저트 카페와 각종 상점들이 많았다. 지구오락실에 나온 지역이기도 한데 거의 관짝만한 공간에 납작 엎드려서 인생네컷 느낌의 사진을 찍는 곳도 있고... 나름대로 힙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한산한 거리 풍경도 뭔가 정감있고. 외국인 입장에서 태국 문자가 빨간 배경에 쓰여있을 때 왜 이리 흥미롭게 보이는 지 모르겠다.

삼 조심

도저히 식물원인지 카페인지 모르겠는 매력적인 곳. 건물 외관부터 벽돌을 얼기설기 걸어놓은 듯 한 디자인도 재밌었는데 주변에는 아주 잘 관리되고 있는 정원이 있다. 어떤 게 태국 감성인지 조금씩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진짜 세련된 구석이 있다.

커피 맛도 인테리어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곳.

이런 갬성샷을 찍을 수 있는 스팟이 많다.

저녁에는 배를 타고 그 유명한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 로드에 가 보기로 했다.

그 전에 지구오락실에 나왔던 미슐랭 빕구르망 식당 크루아 압손에 갔다. 똠양꿍과 게살 커리 그리고 고기 음식을 좀 시켰는데 진짜 감탄이 연신 나왔다. 분위기는 완전 로컬인데 정말 고급진 인테리어에 플레이팅 좀만 예쁘게 해서 몇 배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맛이었다. 언젠가 다시 방콕에 간다면 꼭 다시 갈 곳... 부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입성한 카오산 로드에는 사람이 미친듯이 많았다. 거리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들러붙는 삐끼와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훅 느껴지는 인파의 열기... 정말이지 내게는 맞지 않는 곳. 그래도 방콕까지 왔는데 카오산 로드를 어떻게 다 안 둘러보고 가냐 하는 생각에 끝까지 가 보았지만 역시나 기만 엄청나게 빨리고 허겁지겁 택시를 타고 탈출했다.

나는 그냥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고 위생 걱정 덜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꼬치나 사 먹는 게 제일 좋다. 팟타이같은 음식도 길거리에서 만들어주는 게 제일 싸고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 살인적인 습도와 온도 속에 쉴새없이 오토바이가 돌아다니는 길거리에서 도저히 뭔가를 사 먹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다음 날 출국하기 전날에 크루아 압손을 다시 갔다. 아마 시간이 더 있었다면 매일 갔을지도 모른다.

불교 국가라서 이런 불교와 관련된 물품을 파는 가게가 참 많은데 그 색감이 너무 예뻐서 쉬이 지나칠 수가 없다.

예뻐.

방콕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던 팁사마이에서의 팟타이. 가격은 비싸지만 여기 또한 또 찾고싶은 곳. 통째로 갈아서 과육이 씹히는 오렌지 주스가 자꾸 생각이 난다

그렇게 나의 첫 동남아, 방콕 여행은 끝이 났다.

동남아 우기의 살인적인 습기와 변덕스러운 날씨, 쪄죽는 온도의 위력을 전혀 모르고 갔기에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든 여행이었다. 숙소를 나선 지 5분만에 옷 군데군데가 땀으로 젖고, 땀띠 범벅이 되고, 정말이지 울고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다양한 즐길거리, 방콕만의 갬성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사실 방콕같은 메가시티를 일주일동안 여행하는 것이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방콕은 다양한 여행자들 각각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는 곳 같았다. 돈이 많으면 럭셔리한 쇼핑몰들 돌아다니며 비싼 바에서 술 마셔도 되고, 돈이 없으면 카오산 로드의 저렴한 숙소에서 길거리 음식과 맥주를 먹어도 되고...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역사적 명소도 있고, 초입부터 요상한 음란함을 물씬 풍기는 클럽 거리도 있다. 무조건 꼭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건기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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