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량에 비해 너무도 비좁은 방콕의 도로. 조금 늦은 오전인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차가 거의 움직이지도 않을 정도로 정체가 시작된다.

셋째날인 월요일에는 방콕 근교인 아유타야라는 곳에 가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투어를 예약해 놓고 갔다. 아무래도 예전 태국 땅의 왕국이었던 아유타야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고, 지금도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서 가이드가 없으면 감흥이 반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한국의 경주와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말을 되게 잘 하시는 가이드분 그리고 다른 한국인들과 같이 봉고차에 타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까?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사실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아유타야에 산재해 있는 많은 사원들 중 하나. 진한 붉은 벽돌의 색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사원에 가면 나는 향 냄새가 너무 좋다.

황금으로 된 불상이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크기가 큰 것부터 손가락 하나 크기만 한 아주 작은 것도 놓여져 있다.

사실 불교 문화에도 큰 관심이 없는 내게 제일 신기했던 것은 바로 이 나무였다. 어떻게 한 나무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필 수 있는건지... 영험한 어떤 힘인 건가?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이 때의 빗줄기는 오후에 비하면 아주 약과였다

중간에 코끼리 농장? 이라고 해야 할지 뭔지... 에도 들렀다. 타볼 수 있던 건 아니었고 당근같은 먹이를 사서 줄 수는 있었다. 나는 사서 주지는 않고 다른 사람들이 먹이 주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낼름낼름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다음으론 왓 마하탓이라는 사원에 갔다. 엄청나게 얽히고 설킨 나무 뿌리 사이에 부처님 얼굴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냥 보면 저게 뭐가 신기해? 할 수도 있지만 나무 뿌리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양을 자세히 보면 대체 처음에는 나무 뿌리가 없었을 시절 저 얼굴이 어떻게 놓여져 있던 건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런 모양이 된 건지 생각해 보면 조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비에 젖어 색감이 더 진해진 벽돌과 빗소리, 흙 냄새도 좋기는 좋다

사원 내부는 자유관광이었기 때문에, 산책하기 좋다는 느낌만 있었을 뿐 뭔가 의미있는 설명을 듣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저녁 시간에 강에서 배를 타는 일정이 포함돼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배를 탈 만한 날씨는 아니었다.

시장에도 들르는 일정이 있었는데 이 때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대로 둘러보기가 힘들었다. 날씨도 너무 습해서 뭔가 더 위생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도 이 바나나 로띠는 팬에다 굽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먹어봤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결국 밥다운 밥은 방콕에 돌아와서 먹었다. 어쩌다 찾은 피자집인데 진짜 맛있었다.

다음 날의 하이라이트는 태국 요리 원데이 클래스. 반나절 정도 참가하는 데 4만원 정도였으니까 태국의 물가에 비하면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다들 호평 일색이라서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 놓았었다.

요리학교 가는 길에 보았던 야옹이들.

그리고 타이밍 맞게 잘 찍힌 마음에 드는 골목길 풍경.

요리학교 내부는 정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태국 사람 대부분이 그렇지만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고 유쾌했다.

요리 강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강사와 같이 아침 시장에 가서 태국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필요한 것을 구입해서 오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코코넛 밀크와 코코넛 크림을 만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스티키 라이스를 이 때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만드는 모습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요리 강습이 끝나고 나서 스티키 라이스를 먹어봤는데... 달다구리 처돌이인 나에게 너무나도 신세계였다. 어떻게 밥에서 이런 맛이,,,

신기한 것은 그래도 원데이 클래스니까 양념이나 이런 것들은 기성 제품을 쓰지 않을까, 쉬운 부분들만 그냥 따라해 보는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고추, 생강, 고수, 양파 등 양념에 들어가는 채소들부터 직접 썰고 절구에 빻아서 빨간 양념을 만들고, 시장에서 봤던 코코넛 밀크를 풀어서 커리를 만들고 하는 등 거의 바닥부터 요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 또한 미쳤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만 빼고 나머지 모든 요리를 직접 만들고 심지어 장식과 플레이팅까지 내가 다 했다. 맨 위의 사진은 포멜로라는 과일로 만든 포멜로 샐러드인데 그 위에 올라간 꽃도 직접 토마토 껍질을 썰어서 만든 것이다. 요리를 아주 못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겨 하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이것들이 내 손에서 태어난 것인지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맛도 있었다. 제품을 쓴 게 아닌데! 다시 방콕에 가면 무조건 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원데이 클래스가 끝나고 나서 들른 근처의 분위기있는 카페. 사장님 인테리어 센스가 장난 아닌 것 같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오토바이 행렬. 이렇게나 오토바이가 많은데도 (운전자) 무뚝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낫다

너무 더운 날씨에 지쳐 숙소에 잠시 들러 씻고 좀 쉬다가 나왔다. 저녁에는 엠쿼티어라는 쇼핑몰에 가서 좀 둘러봤는데 여기서 엄청난 음식을 만나고야 말았다. 저 위의 초록색 빵인데 판단빵이라고 하는 음식이다. 아... 저 맛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달달하고 쫀득하고... 이 때 이후로 판단빵을 파는 데가 보이면 무조건 사서 먹었던 것 같다.

저녁에는 지구오락실에서 이영지가 계속 외쳤던 그 시암 보트누들 식당에 가서 먹어보기도 하고.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맛은 그냥 그랬다

저녁에는 분위기 좋은 바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태국이 물가가 싸다지만 이런 고급진 곳에 오면 서울보다 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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