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굳이 다른 거창한 것도 아니고 일개 박물관일 뿐인데 이 곳에 대해 글을 하나 쓰고 싶어질 만큼 여기는 정말이지 인상깊었다.

좋은 박물관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소장품의 수 대비 관람객의 평균 관람 시간' 이 길 수록 좋은 박물관이라면, 단언컨대 나는 이 박물관이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박물관이라 확신한다. 채 100여 점이 될까 말까 하는 작은 박물관이지만, 나는 여기에서 두시간이 넘는 시간을 머물렀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럴 수도 있다)

소장품 하나하나마다 옆에 적힌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깊게 읽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랬다.

이 곳에는 이별을 겪은 연인/부부들이 기증한 자신의 끝나버린 관계를 증명하는 물건과 함께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가 적혀있다. 어떤 관계였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떻게 이별을 하게 되었고 이 물건은 어떤 물건인지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 곳에서 나는 '이야기' 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그냥 열쇠나 올리브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줘도 안 가지는 쓰레기급의 골동품 같은 물건으로 가득 찬 박물관이지만 이 곳에 사람들을 이렇게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야기'이다. 명품, 명화에 얽힌 먼 과거의 아득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일인, 누구나 겪는 일인, 하지만 각자 서로 다른 이야기, 서로 다른 아픔과 감정으로 채워진 바로 이 '실연'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이 흔하디 흔한 골동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저 물병과 도끼에 대한 얘기는 정말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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