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떠나 자다르에 하루, 스플리트에 이틀을 머물고 크로아티아의 마지막 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 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볼 것은 모두 구시가지에 모여있다. 구기가지는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 성벽 위를 빙 둘러 걸으며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성벽 투어도 할 수 있다. 구시가지 옆에는 스르지 언덕이 있는데 여기에 올라가서 구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구시가지에 있는 성당과 박물관 등까지 구석구석 보려면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고 가이드북에 써져 있던데, 딱히 관심이 가는 곳도 없어서 구시가지를 빠르게 구경한 다음 해가 조금 내려가면 성벽투어를 하고 저녁에 스르지 언덕을 걸어 올라가보기로 했다.

역시나 딱히 오랫동안 보고싶은 곳은 없었고, 유명한 건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보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많이 걷기 싫은 탓도 있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갔는데, 꽤 괜찮았다. 이름은 돌체 비타 (Dolce Vita).

이런 것들을 자그레브에서부터 크로아티아 모든 도시에서 볼 수 있었는데, 크로아티어는 잘 모르지만 대충 보니까 부고를 알리는 것 같았다. 수가 꽤 많이 있는 걸로 보아서는 딱히 유명한 사람들의 죽음을 알리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마을 사람들이 죽으면 이렇게 부고를 길에 써서 붙이는가보다- 생각했다.

햇살이 조금 약해지길 기다린 다음 한 세시쯤 성벽투어를 하러 성벽으로 올라갔다. 투어라고 해서 가이드를 단체로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표를 끊어서 자유롭게 성벽을 따라 걷는 것이다.

가히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그동안 숱하게 본 빨간 지붕이었지만 바다의 푸른 색깔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이 장관이었다. 여기가 제일 멋있는 스팟인 것 같아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걸으면 더 멋있는 곳이 계속 나왔다. 입장료도 원래는 120쿠나인데 학생할인을 받아 30쿠나에 들어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걷고 나서 성벽을 내려오니까 해가 많이 넘어가 있었다. 스르지 언덕에 걸어 올라가려고 길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이 곳이 두브로브니크에서 제일 유명한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 만큼 외진 곳에 있었다.

사실 스르지 언덕에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는데, 왕복 120쿠나나 한다. 나는 돈은 없지만 튼튼한 두 다리는 있기에 걸어 올라가려고 했는데 언덕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도 한복판에 있고 길도 정말 엉망이었다. 케이블카 타는 곳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데.

저런 길을 열 네번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길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상에, 이 길에 쫙 깔린 뾰족한 자갈들은 뭔가? 정말 이 곳을 걸어가라고 만든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여기 걸어 올라가면 힘드니까 까불지 말고 그냥 돈 내고 케이블카 타시지~?" 하는 것 같았다. 생 양아치 좀도둑같은 놈들. 솔직히 돈 좀 들여서 길 좀 닦고 자갈들 치우는 거 일도 아닐텐데. 발이 꺾이고 미끄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올라갔더니 이런 장관이 펼쳐졌다. 그런데 올라가는 중에도 어디선가 천둥이 치길래 불안했는데 역시나 조금 있으니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비가 멎을 때까지 숨어있다가 비가 그친 후 다시 나왔다.

저 멀리 소나기가 오는 걸 또 구경해본다.

반대쪽에는 이런 장관이 펼쳐진다. 난 이런 풍경이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나무로 울창한 숲이 아니라 뭔가 키가 작은 식물들이 쫙 깔리고 군데군데 바위가 보이는 뭔가 헐벗은 것 같은 숲.

아무튼 이전의 두 도시보다는 훨씬 걸어다닐 곳도 많고 좋았다. 물가는 근데 정말 비싸다. 돈이 없어 먹는 피자 가격도 크로아티아 다른 도시의 딱 두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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