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보다 하루 앞당겨 시굴다를 다녀왔기 때문에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해야 했다. 이제 발트 3국 여행의 핵심은 수도가 아니라 근교의 작은 도시인 것을 깨닫고는 리가 근교로 열심히 검색을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유르말라였다. 넓은 해변이 있는 곳인데, 명색이 발트 3국을 여행하는데 발트해 물이라도 한번 밟아봐야지 싶은 생각도 있었고, 원체 해변에 가보고 싶기도 했다.

역시나 노랑 파랑의 커여운 기차를 타고 유르말라로 향했다. 유르말라에 가려면 마요리(MAJORI)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곳은 어제 갔던 시굴다보다 더 가까워 티켓이 편도 1.4유로밖에 하지 않았다.


이 곳이 유르말라의 중심가다. 작은 도시라서 해변 말고 별게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해변에 가기 전에 한번 걷기에는 좋은 곳이다.

바다에 들어서자마자 '와~ 바다다~' 가 아니라 '오...오우...' 에 가까운 탄성이 나왔다. 뭔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아마도 내 생각엔 하늘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국 하늘과 서양의 하늘은 내 생각에 확실히 다르다. 뭔가 더 넓고 저 멀리까지 쭉 뻗어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저 건물의 높이 따위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달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 느낌엔 확실히 다르다. 왜 서양 사람들이 한동안 지구를 평평한 행성이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어느 정도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드넓은 바다와 하늘, 한 움큼 잡고 던지면 연기가 피듯 흩뿌려지는 곱디 고운 모래가 사람을 참 들뜨고 설레게 만들었다. 짠 바다 냄새도 오랜만에 맡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해가 쨍쨍하지 않고 바람이 좀 불어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모래성을 지으며 노는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공이 내 쪽으로 두어 번 와서 다시 차 주기도 했다. 공을 차 본 지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바닷바람이 거세져서 한두시간 만에 리가로 돌아왔지만 역시나 이곳 또한 안 왔다면 후회했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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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43.85€ (방값 포함)
6/4 19.39€
6/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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