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에스토니아 밑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였다. 탈린에서 리가로 가는 버스 표를 Lux Express에서 5유로에 끊었는데, 버스 안에는 각종 최신 영화와 드라마가 가득한 개인 모니터부터 커피, 차 등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자판기까지 존재했다. 대체 5유로에 티켓을 팔아서 뭘 남기는지 모르겠다.

리가는 탈린과 좀 많이 다른 듯 싶었다. 좀 더 낙후되고 정비가 덜 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면에서 오는 어지러움과 무질서함이 여행자 입장에선 더 반가운 것 같기도 하다. 정갈하게 잘 정돈된 도시와, 씀씀이 큰 여행자들을 반기기 위해서 마련된 것 같은 깔끔한 가게들에서는 거기 사는 사람들의 진짜 삶의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리가는 탈린보다는 조금 더 정다운 도시였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숙소 주변에 있는 리가 중앙시장이었다. 건물 안에는 각종 식재료를 주로 팔고, 건물 밖에서도 이렇게 장이 서서 꽃과 체리, 딸기 등을 팔고 있었다. 꽃가게 좌판을 지나갈 때는 흐드러지는 꽃 냄새에, 과일 좌판을 지나갈 때는 달콤한 딸기 냄새에 행복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구시가는 탈린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깔끔한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화려한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이 있는 식당들의 크기가 더 커져서, 테이블들의 중간에 밴드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도 매우 자주 볼 수 있었다.

구시가에서 유명한 삼형제 건물이다. 오른쪽 건물부터 15, 17, 18세기에 각각 지어졌는데, 모두 다른 파스텔톤의 예쁜 색깔을 머금고 있었다. 오른쪽의 하얀 건물은 특이하리만큼 창문이 작은데, 15세기에는 건물 창문의 크기에 따라 소유세를 매겼다는 웃지 못할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구시가 옆을 빙 둘러 흐르고 있는 하천이 있는데, 여기를 따라 만들어진 공원이 참 예뻤다. 작은 배를 타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풀밭에 누워 쉬는 사람들도 보이고 참 여유로운 곳. 페트병이 둥둥 떠내려가는 걸 보며 담배를 태웠다. 

그 외에 미술관도 잠깐 들러서 구경하고, 구시가를 빙 둘러싼 성벽과 화약탑, 전쟁 박물관도 들렀다.

어느 블로그에서 찾은 팬케익 집인데, 정말 괜찮았다. 내가 팬케익 덕후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격도 정말 싸고 양도 꽤 푸짐하고 맛도 괜찮았다. 이름은 Šefpavārs Vilhelms. 구시가 중앙에 있다. 팬케익 3개에 사워크림까지 담아도 3유로를 넘기가 힘들다. 리가에서 점심은 모두 이곳에서 배불리 먹었다.

구시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가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이 없었다. 나중에 다른 블로그들을 찾아 보니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좀 되는 것 같다. 사실 탈린에서도 구시가를 실컷 보다 왔기 때문에 구시가를 돌아다니는 것에 흥미가 좀 떨어지기도 했다. 워킹 투어를 그냥 신청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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