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였던 것 같다.

#1

이사를 했다. 5평짜리 집이 비좁게 느껴지고, 회사 재직 기간도 쌓인 덕에 각종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되어 새 집을 알아보았다.  신축 다세대 7~8평 짜리 방에 들어와 살고 있다. 삶의 질은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그에 비례해 올해 쓴 돈도 어마어마했다. 올해까지는 그 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느낌으로 돈을 좀 생각없이 쓴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돈을 좀 잘 모아야 할 것 같다.

#2

승진을 했다. 마지막 주인가 즈음에 팀장님이 소식을 알려주셨다. 2023년이 끝날 즈음에야 하게 되지 않을까, 그 때 정도가 되어야 나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 얼떨떨했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잠시 좋았지만 그보다 더한 부담감도 몰려왔다. 석사 경력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 않았을까 말씀하시는데 업무랑은 큰 관련이 없어서 그것도 납득이 크게 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주변에서는 나를 그렇게 인정해주고 계셨다. 수습 시절 보여준 것이 별로 없어 정규직 전환에 회의적이었던 분들도 승진 심사에서는 대부분이 찬성해주셨다고 한다.

나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직시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너무 자신을 높게 평가해도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을 낮게 평가해도 괴로워진다. 내가 나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야 그냥 말단 매니저로서 주어지는 업무만 빵꾸 없이 잘 처리해도 평균 이상의 매니저였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다음 단계로 올려도 괜찮겠다는 기대에 승진을 통과시켜 주신거겠고. 물론 내 머릿속에서는 아무리 매니저라도 그 정도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좀 박하게 했던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근거를 만들려면 그저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는 게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막연히 "그 사람은... 일 잘 해" 정도의 말로 회자되는 게 아닌, "그 사람은 xx랑 yy에서만큼은 전문가야" 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걸 만들려면 생각 없이 움직이면 안 된다. 추상적인 무언가 말고 정성적이든 정량적이든 명확하게 표현 가능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생각하자... 머리를 쓰자.

아무튼 지난 일 년 간은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DMP(Data Management Platform)를 개발하고 새로운 프로덕트에 적용할 차세대 DMP도 열심히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젠 어느 정도 초보 끼는 좀 벗은 것 같고 개발 자체도 나쁘지 않게 하고 있는 것 같다. 2023년에는 나만의 시그니처 성과를 뭔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

#3

3년만에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8월에는 일주일 동안 방콕, 12월에는 2박 3일로 오사카에 다녀왔다. 동남아는 처음 가 보았는데 살인적인 더위에 너무 힘들었지만 다시 또 가고 싶은 재미있던 곳이었다. 일본이야 말해뭐해.. 할 수 있을 때 많이 놀러다니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여행이 너무 좋다. 요즘 가끔 유튜브에서 우주 관련 영상을 보는데,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진짜 이 작디작은 행성 지구에 태어나서 우주를 여행하지는 못할 망정 지구도 다 돌아보지 못하고 죽는 건 너무 억울한 것 같다. 지구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너무 다양한 세상이 많이 존재하고 최대한 많이 접해보고 싶다.

#4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있어왔지만 제대로 이어나간 적은 없었다. 지금 다니는 헬스장에서도 사실 21년 2월부터 피티도 끊고 운동을 계속 하려고는 했지만 일주일에 2번 피티 날에만 운동 나가고 나머지 날에는 가질 않아서 수업도 별 의미가 없이 돈만 버린 꼴이 되었다. 선생님이 다른 센터로 가는 바람에 올해 4월부터는 다른 분과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이랑 좀 잘 맞았던 것 같다. 피티를 재등록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그랬다. 제대로 안 할거면 그냥 안 하는 게 낫다고... 문득 그동안 피티에 버린 돈이 너무 아까워서 딱 한 달동안 일주일에 최소 4번 헬스장에 가는 걸 도전해보고 안 되면 그냥 운동이고 뭐고 다 때려쳐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사실 안 될 줄 알았는데 그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한 번 성공하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쉬웠다. 하반기부터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6일을 운동하러 간 적도 있었다. 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으면서 몸이 조금씩 바뀌는 걸 내 눈으로 보니 재미도 조금씩 들리고, 체중 조절하는 나만의 방법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꾸준히 이 습관은 유지하고 싶다. 고질적으로 아프던 목이랑 어깨도 좀 나아진 것 같다. 진짜 이제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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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한 해도 화이팅. 내 스스로 발전함을 몸소 느끼는 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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