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짜 본 루트. 실제로 몽골과 카자흐스탄을 지나진 않는다.>


내년 8월 9일에 리스본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 5월 중순으로 예정된 출발도 아직 반 년 넘게 남았지만, 어쨌든 티켓같은 건 빨리빨리 끊어놔야 설레는 게 좀 있다.

이런 무지막지한 여행을 계획하게 된 건 지난 8월 말이었다. 친구들과 속초에 여행을 갔었는데, 이정표마다 웬 키릴문자(러시아어에서 쓰는)가 있더라. 일본어 중국어 같은 건 흔하게 봤어도, 이정표에서 키릴문자를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궁금해서 네이버를 뒤져보니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속초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배가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시작한다는 것은 전에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알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톡까지 배가 다녀?? -> 거기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시작해???? -> 모스크바까지 육로로??? -> 내친김에 서쪽 끝까지????

대충 이런 무모한 흐름으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배로 블라디보스톡까지 간 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고 유럽 대륙 북동쪽부터 지그재그로 훑고 내려와 유라시아대륙의 최서단인 포르투갈의 호카 곶까지 장장 80일의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유럽 안에서 저가항공은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니까 한국 땅에서부터 호카 곶까지 육지(혹은 바다)로부터 내 몸이 1m 이상 떨어지는 일 없이 지구 표면을 주욱 긁는 것이다.

마음에 두고 있던 북유럽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가야겠다. 이런 미친 짓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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