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에는 키치죠지라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보기로 했다. 도쿄 중심가가 아닌 조금 벗어난 동네를 가 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찾아보는데 그 때마다 항상 보이던 곳이 바로 이 키치죠지다. 일본인들이 살고 싶은 동네 1위로 꼽힌다는 동네, 대체 얼마나 좋길래 그런지 가서 확인해보는 걸루,,

키치죠지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가는 길. 이 날도 비가 계~속 추적추적 왔다.

역시나 여기에도 구제 옷 가게들이 좀 있다. 근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도저히 쇼핑 할 맛이 나지 않는다...

도쿄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공원이라고 해서 찾았지만 누가 부슬비 내리는 흐린 월요일 아침에 공원에 나와 놀겠는가. 왠지 스산한 느낌까지 드는 이노카시라 공원.

그 와중에 나는 이런 모습들에서 엄청난 생기를 느낀다

아무튼 으슬으슬하고 고요한 공원에서 나와서 점심을 먹기 위해 키치죠지 역 근처 아케이드 상점가로 향했다. 구글맵을 켜놓고 여기저기 계속 뒤져보다가 찾은 일본 가정식 전문 식당. 좁은 틈 지하에 있어서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치킨난반 이라는 메뉴. 하 정말 ㅠㅠ 너무너무 맛있었다. 치킨난반은 신이야...

밟히고 바래기 전에 이 예쁜 색을 가까이서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 나무가 살아나가려 온 힘을 다해 빚어낸 산물은 땅에 떨어져 밟히고 짓이겨지면 그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가 될 뿐이다

아케이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금세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잠깐 쉬고 싶던 참이라 주택가 사이 어떤 카페 앞에서 메뉴판을 심각하게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으니, 주인 분이 잠시 나가는 길에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있다고 친절히 말씀해주셔서 들어가 앉았다. 커피와 푸딩을 먹으면서 옆자리 여고생 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시답잖은 얘기를 훔쳐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평화로운 주택가까지 돌아봤으니 다시 키치죠지 역 주변 중심가로 돌아왔다. 저 노란 간판의 하모니카 요코쵸가 유명하다던데 막상 들어가보니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아직 술 마실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월요일이라 그런지...

주먹 두 개만한 예쁜 강아지야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렴.

볼 만큼 본 것 같으니 돌아갑시다. 날씨가 좋은 날 주말에 다시 이노카시라 공원을 가 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시부야로 돌아간 저녁에는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서 괜찮은 바를 한참 찾았다. 그러다 발견한 어느 스픽이지 바... 스픽이지 답게 찾기가 진짜 힘들었다. 커버차지가 2천엔 있는 대신에 술 가격이 시부야 치고 정말 싸서 하프로 먹어보고 싶었던 걸 잔뜩 먹었다. 바텐더 분 그리고 옆자리 사람과 대화도 많이 하고 ,,, 너무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나만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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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으로 2021년 3월 22일부터 복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3년이 지나고 복무만료가 되었다. 사실 전국의 전문연구요원들 중 나만큼 해외로 많이 쏘다닌 사람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복무하면서도 해외를 많이 나가긴 했다 (7번인가 8번인가...). 다만 전문연구요원도 엄연한 군인 신분이다 보니 비록 형식적이라 할 지라도 해외에 나갈 때마다 병무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서류를 작성해서 회사 인사팀에 드리면 대표이사 직인을 받아서 병무청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는 식이었다. 한 번도 허가가 나지 않은 적은 없었고, 찾아보기로도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병무청도 해외여행을 막을 수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그래도 인사팀까지 거쳐야 하는 서류작업이 필요한 절차였기에, 복무만료가 되고 나서 '아무 준비 없이 해외에 나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 동안 수고한 기념으로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해서 복무가 끝나는 주 주말에 떠나는 일정으로 도쿄 왕복 티켓을 끊었다.

처음 김포-하네다 노선을 타 보았다. 일본 드라마 중 기무라 타쿠야가 나온 '굿 럭!' 이라는 옛날 파일럿 드라마를 보고 ANA를 타 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프로모션으로 40만원대 극초반에 끊을 수 있었다. 요즘 인천-나리타도 국내 LCC 빅 프로모션이 아닌 기간에는 잘 끊어봐야 20만원대 후반 정도이니, 이 정도 가격차이면 김포-하네다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토요일 밤에 가서 잠만 자고 다음 날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야마노테센 오랜만! 동생과 같이 도쿄에 놀러온 동창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먼저 여행을 계획할 때 친구도 동생을 데리고 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해서 하루는 같이 놀 수 있게 일정을 맞췄다.

하라주쿠에서 친구를 만났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예전에도 먹은 적 있는 캣스트리트 입구의 작은 타코야끼 가게. 단단하지 않고 마치 반죽을 반만 구운 것 같은 물컹물컹한 식감인데, 엄청 뜨겁고 먹기가 불편하다. 맛이 다양하다는 거 빼고는 굳이 여기서 먹을 만한 맛인가는 아리송

패션에 딱히 관심이 없으면 크게 볼 거리는 없는 캣스트리트. 친구 동생이 갓 20살이 된 나이인데다 미용을 배우고 있는 친구이길래 꾸미는 데도 좀 관심이 있을까 해서 데려왔는데 옷이나 쇼핑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판단 미스

그래서 그냥 시부야까지 걷다가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시부야 파르코 7층 식당가에 있는 텐동집인데 하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ㅠㅠ

파르코 밑층에 있는 닌텐도 매장도 갔다.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참 캐릭터로 돈 버는 데 재주가 있는 민족이다. 별별 굿즈가 다 있다

시부야 스크램블로 가는 길.

일본인들은 무심하게 걸어가고 외국인들은 신나서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팔을 한껏 들어 인파를 찍으면서 다니는 모습이 재밌다. 물론 나도 아직은 그 외국인들 중 하나다...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

친구와 친구 동생도 딱히 계획적인 성격도 아니고 가고싶은 곳이 명확히 있지 않아서, 어디를 갈지 하다가 다이칸야마 쪽으로 걸어가기로 해 본다.

가끔씩 보이는 독창적인 건물들을 보면 즐겁다

친구가 다이칸야마에서 가 보고 싶다고 했던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약간 미술관과 카페를 합쳐놓은 느낌? 을 지향하는 그런 공간이었는데, 인기가 정말 많아서 오후 3~4시쯤 갔는데도 웨이팅을 꽤 한 후에야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 맛.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소파에 기대서 쪽잠을 좀 자니까 피곤이 싹 풀리고 다시 돌아다닐 힘이 생겼다

다이칸야마에서도 시간을 보내고 나니 또 저녁 시간까지 애매하게 남아서 어딜 가볼까 하다가 시모키타자와에 가 보기로 한다.

구제 옷 가게가 엄청 많다. 다만 들어가서 보면 사고 싶은 게 딱히 없다. 옷잘알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도 딱히 아니라서... 비도 계속 추적추적 오고 몸이 축 처지길래 조금 돌아보다가 다시 시부야로 돌아왔다.

친구가 도쿄에 오면 몬자야끼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고 해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시부야 역 근처 몬자야끼 집에 갔다. 비주얼이야 익히 봤듯 마치 오바이트 같은 요상한 느낌이지만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 직원들도 친절해서 몬자야끼를 구워주러 왔을 때 이것저것 스몰토크를 하면서 재밌게 식사를 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식당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사실 도쿄의 밤 하면 느껴지는 이미지에서는 가부키쵸를 또 빼놓을 수가 없다. 친구가 그 분위기도 구경해보고 싶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신주쿠에서 술 한 잔 하면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신주쿠, 특히 가부키쵸는 상상 초월의 유흥가라 조용히 술 마실 수 있는 이자카야 느낌의 가게는 많지 않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구글맵을 뒤져보다가 발견한 어느 작은 틈 속 이자카야를 발견해 들어갔는데, 안주 하나하나 너무 맛있고 분위기도 아늑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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