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말까 갈까말까 고민하던 러브칩스 페스티벌. 결국 일요일만 다녀오게 되었다

1호선 인천 방향 맨 끝에 있는 동인천역 근처 상상플랫폼 이라는 생소한 곳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안 그래도 대중적이지 않은 라인업에 이런 위치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올까 싶었다

음... 텅...

근데 솔직히 놀기에는 사람이 껴서 불쾌한 것보다는 널널하고 여유로운 편이 훨씬 쾌적하긴 하다. 날씨도 9월 말이니 선선하게 바람 불어오고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낭만 넘치는 베뉴... 좋은 예감이 솔솔 드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surl의 무대를 봤는데 생각보다 음악 좋고 연주도 잘 한다

와 로맨틱펀치 진짜 얼마만이야

로맨틱펀치가 나올 때에도 없던 사람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하루카미라이가 무대를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구름떼처럼 펑크악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아다니는 관객과 각종 기행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그래 오늘은 저능하고 행복한 날이 될거라는 믿음

그리고 콜드레인 무대 시작... 

그냥 이 저능한 짓거리를 무한 반복했다

미안하지만 쏜애플 당신의 무대는 저의 밥 타임입니다

나의 헤드라이너 crossfaith의 무대가 어땠는지는 위 영상으로 갈음합니다

그리고 이 날의 후기는 위 짤로 갈음합니다... 헤드라이너 YB까지 보고싶은 마음도 딱히 없고 체력도 고갈되어 빠른 귀환을 했다는 사실

그냥 무슨 노래든간에 후렴구만 시작하면 깃발들고 꺼드럭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회성 일시적 압축 후 콩콩 뛰며 서서히 멀어지는 펜타, 부락식 K-슬램에서 벗어나 진짜 펑크 골수팬들이 모여서 각 곡의 특성에 맞춰 서클핏 돌 때는 미친듯이 돌고 스캥킹 조질 때 열심히 조지고 이렇게 한국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페스티벌

그러나 그들은 결국 한줌이었다는 사실... 과연 내년에도 이런 페스티벌이 열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는 찝찝한 느낌... 일단 나부터 열심히 소비해줄게 계속 열어주세요...

원래 올해도 도쿄에서 열리는 섬머소닉에 가려고 1월부터 예정해 놓고 티켓팅도 비행기도 숙소도 다 해 놨었지만 갑자기 그걸 취소하고 제주도에서 열리는 스테핑스톤에 가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히 일본 아티스트와 서양 아티스트가 되게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는 라인업이어서 너무 맛있었는데 일본에서 Kpop이 너무 잘 팔리는 덕분인지 (어쨌든 Kpop도 일본 입장에서는 외국 아티스트니까) Kpop 아티스트의 비중이 너무 높아져버리기도 했고, 역대급 엔저면 오히려 일본 내부 아티스트의 비중을 늘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서양 아티스트도 확 끌리는 아티스트도 없고 그래서 친구와 진지한 논의 끝에 그돈씨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벨엔세바스찬은 너무 너무 너무 보고싶은 뮤지션인데 일본 한국은 고사하고 아시아 자체를 잘 안 오는 분들이라 너무 아쉽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섬소는 취소하고, 이미 이 기간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에 휴가를 써 놓은 친구가 어디든 놀러가고 싶다고 해서 뭘 하는지 찾아보다가 제주에서 열리는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이 눈에 들어왔고 나도 오랜만(8개월)에 제주도나 갈까 싶어 요번에 첨으로 가 보게 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푸른 하늘 아래 제주도에서 듣는 공항 가는 길이라니

팔칠댄스 음악도 첨 들어봤는데 좋았고

이 날 고트였던 타지마 타카오 아저씨... 아니 혼자 무대에 서 있는데 뭔 소리가 저래 많이 나? 라는 생각이 드는... 발과 손 그리고 목에 건 하모니카 그냥 몸에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부위에 뭔가를 달아놓았다. 무대매너도 진짜 기가 막혀서... 너무 신나서 빵댕이를 흔들어댔다

까데호도 좋았다

다음 날 봤던 지소쿠리클럽도 좋았다

아 그리고 이 다음다음인가 갤럭시익스프레스 무대도 있었는데, 이 페스티벌에서 슬램이란 걸 하게 될 줄 전혀 몰랐지만 누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핏을 벌리더니 슬램을 갈겨버렸다. 무료 페스티벌인데다 해수욕장 옆에서 진행된다는 특성상 슬램? 글래머 그런건가요? 하는 갓반인들 비중이 높아서 영문도 모르고 뒤로 물러섰다가 핏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분들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잠깐 위험할 뻔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고... 근데 갑자기 어떤 분이 너무 즐겁고 상기된 표정으로 "이게 어떤 거에요? 이런걸 왜 하는 거에요?" 라고 물었다 ㅋㅋㅋ 그래서 "아 이건 슬램이라는 거고요! 락 페스티벌에서 많이 하는 건데 동그랗게 핏을 벌렸다가 후렴구나 터지는 파트에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부딪히며 노는 락놀이에요!" 라고 했더니 "아 그렇구나!! 되게 멋있네요!! 짱짱!!!" 했다는 ㅋㅋㅋ 아 웃긴 에피소드였다

이 날의 고트는 스쿠비두에게 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양일의 고트가 둘 다 일본 아티스트라는... 그런 분들만 뽑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두 팀 다 무대매너도 미쳤고 곡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신나는 무대를 뽑아주셨다

CHS도 좋았다

사실 여기는 그냥 베뉴가 너무 사기인 곳이라... 함덕해수욕장 서우봉 앞의 바다가 넓게 펼쳐진 언덕 위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이라? 여기서부터 점수를 일단 먹고 들어간다. 그리고 무료 페스티벌인데다가 바로 옆이 해수욕장이니 해수욕장 이용 시간이 끝날 저녁 즈음에는 수영하던 사람들도 그냥 올라와서 술먹고 춤추고 분위기가 좋다.

근데 무대 이외에 막 즐길만한 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라인업의 마이너함에 비해 갓반인들 비중이 많은 페스티벌이기에 막 과도한 락놀이를 즐기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딱 이 페스티벌만 보러 제주도까지 오기에는 아무래도 육지 사람들에게는 항공권이며 숙소며 시간이며 부담이 조금 될 수 있기에... 라인업이 정말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면 이 페스티벌만 목적으로 오기보다는 앞뒤로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 제주 여행 겸 페스티벌 겸 해서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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