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는 누나의 결혼식에 갔다.

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이 새어나왔다.

친구분이 축사를 할 때도,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도,

행진을 마치고 입을 맞출 때도 눈물이 나왔다.

참 이상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걸 깨달은 순간 또 다시 잠시 멍해졌다.


감정이라는 걸 도식화를 한다면, 

그것은 고정된 점이 아니라 자유롭게 흐르는 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곧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관, 성격이라는 것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얼마 전까지 굳게 믿고 있었다.


여러 일을 겪게 된 후에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소총수는 트리거를 당길 뿐이지만 총 안에서는 화약이 터지고 탄피가 벗겨져 날아가고

회전하며 날아간 총알은 누군가의 몸에 박히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어찌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이 나를 송두리째 바꿔놓곤 했다.


문득 뒤돌아 보았을 때

내가 옳다고 믿었던 세계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고통스러워 별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한다.


하지만 무너진 채로 고요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더욱 단단한 무언가를 지어 올린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그것에 그냥 익숙해져 보자고 마음먹었다.

물론 마음먹어도 꽤 힘든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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