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란 것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매우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 같다.

멘토링이란 단어는 그냥 단어 자체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이랍시고 두어번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처음 강의를 하러 가는 날 잔뜩 들떴던 게 생각난다.

한 때는 선생님이 무척 되고 싶어했을 만큼 교단이란 자리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서서 학생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니.

하지만 그날 내가 선 교단은 정말이지 나같은 사람이 쉽게 생각할 자리가 아니었다.

딱 봐도 착실하고 어른 말씀 잘 들을 법한 친구는 물론이고,

조금 껄렁하게 보이는 친구들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항상 어른 혹은 친구들만 만나며 지내다가

어느날 완전히 어른도 아닌 형에 가까운 대학생이 꿈에 대해 강의를 하러 왔다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믿을 듯한 그 눈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조심스러워지고,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온 신경이 쓰였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그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해야 했는데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너무 쉽다고 여겼던 것들을

여과없이 당연하다고, 쉽다고 말했다간 혹여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내 힘으로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으니

너희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거란 말을,

혹시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집안 생활비에 전부 보태도 생계가 어려운 학생이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성격, 관심사, 취미, 환경 모두 정말 제각각이다.

이런 제각각인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조언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뒤돌아보면 내 삶에서 뭔가 큰 변화를 일으킨 사건들은

그 당시에는 아주 미미한 것들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 학원 배치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높게 나와

학원 선생님은 과학고가 뭔지도 모르던 내게 과고 입시를 준비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이 지금의 나를 만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사실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중압감에 쉽사리 말을 내뱉지는 못하겠다.


뭔가 잘난 구석 몇 가지는 있을거라 믿었던 지난 날에 비해

요즘 내가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이런 생각이 더욱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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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9월 7일날 처음 입사 후 해 본 것들

그냥 구경만 해 보거나 설치만 해본 것도 있고,

꽤 오래 붙들고 많은 고민을 들여 코드를 짜본 것도 있다.


AWS


Lambda (첨 봤을 때 참 신기했다. 서버리스(로 보이는 것)를 가능케 하다니)

DynamoDB

Kinesis Stream

Kinesis Firehose

Redshift

S3


그 외 기술


Spring Framework (이것도 신기)

jQuery

html

svn, git

SparkSQL

Zeppelin


알고리즘


SVM (Support Vector Machine)

C4.5, RandomForest

MapReduce

Okapi BM25



써 보니까 참 많은데, 절반은 내가 '안다'고 하는 수준도 안 되는 듯.

아무튼 그래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고 코드도 짜 보았다.

참 막막하고, 아는 것도 없고,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몰랐었는데

이제 뿌옇던 안개가 걷히고, 앞으로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대충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이게 어떤 기술적인 지식보다도 제일 큰 수확같다.


많은 고민들로 힘든 시기에 이런 좋은 기회와 좋은 회사,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다니

대체 내가 전생에 뭘 구했길래.

생각할수록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남은 기간도 열심히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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