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홍콩 정부에서 돈을 풀어서 공짜로 항공권을 뿌리는 이벤트를 한 번 진행을 했었다. 각 항공사에 예산을 분배하고 그 예산을 통해 항공사에서 알아서 각자의 방법으로 항공권을 뿌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홍콩의 FSC인 캐세이퍼시픽과 LCC인 홍콩익스프레스 등등 많은 항공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항공권을 뿌렸다.

아마 그 중 캐세이퍼시픽이 제일 먼저 이벤트를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거기서는 선착순으로 당첨자를 가렸다. 내 주변에서도 참여한 사람이 좀 되었는데 놀랍게도 내가 그 선착순을 뚫어 항공권을 받은 것이다 ㄷㄷ

6월이 되니까 캐세이퍼시픽 측에서 리딤코드를 보내주었고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무 날짜의 아무 항공편이나 골라잡아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오로지 세금과 유류할증료 명목으로 12만원 정도만 내면 꽤 훌륭한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의 홍콩 왕복 티켓을 쓸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나는 홍콩의 여행 적기라는 겨울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1월 중순으로 예약을 잡아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작년 말에 무제한 pp카드가 딸려오는 카드를 하나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마티나라운지에서 떡볶이를 엄청나게 먹고 비행기를 탔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기내식도 메인메뉴는 빼고 과일이랑 아이스크림만 받았다. 전반적으로 기내엔터도 좋고 기체 상태도 좋아서 쾌적하게 비행을 마치고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 내렸다.

공항철도 AEL을 타고 홍콩 섬의 홍콩역에서 내렸다. 예전에 유럽 일주를 하면서 만난 홍콩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가 고맙게도 홍콩역까지 마중을 나와주었다. 홍콩역과 연결된 건물을 타고타고 들어가서 금방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까지 갔다. 길이 복잡해서 혼자 갔다면 처음엔 아마 되게 헤맸을 듯...

친구가 숙소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짐만 놓고 나온 다음 친구에 집에도 잠깐 들렀다. 친구는 작년 2월에 쌍둥이 아들을 얻었는데 인스타에서만 아가들을 보다가 이번에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애기 옷이랑 손수건도 사 들고 갔는데 친구랑 친구 와이프분이랑 너무 좋아하셔서 행복... 애기들도 낯을 안 가리고 빵긋빵긋 잘 웃고 나한테 잘 안겨있어서 너무너무 귀여웠었다

친구 집에서 나와서 빅토리아 피크에 가기로 했다. 피크 트램을 타러 가는 길... 서울도 웬만해서는 빌딩숲으로 지지 않긴 하지만 홍콩은 건물의 크기나 집적도가 서울과는 또 느낌이 다르다. 훨씬 빽빽하고 건물 각자의 특색도 서로 다른 느낌... 보는 재미가 있었다

피크 트램 앞에 가니 줄을 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 때 현지인 찬스,, 친구가 버스를 타고 가잔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아마 그 상황에서 혼자였다면 판단이 잘 안 되었을 텐데 친구는 바로 나를 이끌고 또 조금 걸어가야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날 데려간다.

홍콩의 모든 버스는 2층이다.

아무튼 버스를 타고 올라가니 피크 위에도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돈을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전망대는 이미 표가 다 팔려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하고... 친구의 안내를 받아 석양이 지는 방면부터 먼저 구경을 한다. 여유롭다

그 유명한 피크에서의 홍콩 야경. 확실히 건물이 정말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높은 건물도 많아서 그런지 직접 보면 서울의 야경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한참동안 넋놓고 구경을 하며 같이 담배를 피우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선 피크에 있는 어느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뭔가 족발같은 간장 맛이 나는 돼지고기가 올라간 덮밥이다. 홍콩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친구가 알아서 광동어로 주문을 해 주니까 너무너무 편했다. 피크 위에 있는 곳임에도 관광객은 하나도 없는 로컬 식당이고 메뉴판도 사진이 잘 없어서 혼자 왔으면 잘 못 시켰을 것 같다,,

사실 피크에서 내려올 때 현지인 찬스를 제대로 썼다. 내려가는 피크 트램 줄은 올라올 때 줄보다 훨씬 더 길었고 심지어 버스 대기줄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아마 냅다 기다렸다면 적어도 1~2시간은 족히 서 있어야 하지 싶었다. 근데 친구가 갑자기 우버를 부르더니 택시가 잡혔다고 말을 했다. 이게 웬걸,,, 조금 있다가 택시 기사와 픽업 지점을 정하느라 이러저러 통화를 하더니 금방 승용차가 우리 앞에 와서 섰다. 진짜 엄청난 현지인 찬스였다,,,

피크에서 내려와서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자고 해서 맥주는 내가 사려고 했는데 기를 쓰고 못 사게 막는다. 너는 여기 여행 온 여행자니까 자기가 대접해야 한다고... 오늘 낮부터 종일 같이 다녀주고 너 때문에 버스 트램 기다리지도 않고 너무 편하게 시간 아껴가며 여행했는데 내가 이 정도는 하고 싶다고 해도 들어주질 않는다. 너무 착한 친구다.

슬픈 사실은 그런 착한 친구도 홍콩의 현실에 실망하고 곧 영국으로 이주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지금 보험과 금융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이지만 영국에 가게 되면 아마 아마존 창고같은 데서 일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자기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 자기 자식들을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친구네 집에 걸려져 있던 신문이 생각난다. 1면에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함성을 외치던 사진이 실려있던 그 신문,,, 언제나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홍콩 호텔비가 워낙에 비싼 탓에 이거 항공권을 공짜로 받았어도 호텔에서 묵으면 돈을 아낀 게 별로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보너스처럼 얻은 여행 기회인데 아예 예산을 확 줄이기 위해서 3박에 15만원 정도 하는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숙소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위쪽에 있는 어떤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시끄럽다는 후기가 많아서 이어플러그를 챙겨갔는데 진짜 진짜 시끄러웠다... 그래서 어찌어찌 잠에 들어서 일어날 때까지는 푹 잤다

다음 날은 구룡반도 쪽으로 간다

어떤 차찬텡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는다. 햄과 계란이 들어가 있는 파스타면 국수에 소세지 반 쪽과 연유 토스트... 별로 맛 없어보이는 비주얼인데 맛도 슴슴하고 든든하고 생각보다 괜찮은 아침이었다. 막 오래된 노포같은 허름한 차찬텡도 가 보고 싶었는데 구글맵에서 평점이 좋은 곳은 다 이렇게 새로 지어진 차찬텡들 뿐이었다

아침부터 복작복작한 홍콩의 거리

페리를 타러 가는 길에 마주한 엄청난 인파. 아마 홍콩인들은 아닌 것 같았다. 동남아 어디 다른 국가에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인 듯 한데... 아마 가사도우미 등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인파를 뚫고 고가로 올라가면 또 이런 빼곡한 건물들 뷰가.

침사추이 행 페리 터미널로 간다

페리를 타고 구룡반도로.

홍콩을 다니며 놀랐던 것은, 이렇게 건물이 빽빽하니 많은 곳인데도 틈틈이 엄청나게 큰 나무가 보인다는 것이다. 저 나무는 진짜 뭐... 우리나라 마을 어귀에 있는 수령이 수백년 됐다는 웬만한 나무들은 상대도 안 될 만큼 엄청나게 큰 나무였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본 나무 중에 제일 크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나무였었던 듯

구룡반도 페리 터미널에서 위쪽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내가 아는 모든 명품 브랜드 상점을 여기서 다 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런 작은 꽃 시장도 나온다

약간 얼척이 없고 헛웃음이 나오는 뜬금없는 한국어들

구룡공원이라는 곳을 잠깐 산책하기로. 현지인들도 나들이 목적으로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히잡을 쓴 분들이 아주 많이 모여서 나들이인지 생활인지 모를만큼 많은 짐을 펼쳐놓고 계셨다

이 곳에 오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던 홍학떼. 구룡공원 한 쪽에는 이렇게 홍학이 아주 많은 구역이 있다. 뭐 케이지가 쳐져있는 것도 아니고 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뻥 뚫려있는 곳에 섬처럼 홍학 거주지가 있다. 그럼에도 왜 홍학들이 계속 날아가지 않고 저 곳에 있냐... 홍학은 하늘로 날아가려면 비행기 이륙에 활주로가 필요한 것처럼 일정 거리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필요한 거리 이하로 저 구역을 만들어 놓아서 홍학들이 날아갈 수 없다고... 참 영악한 인간들이다

공원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

길을 잃어서 헤매는 와중에도 보이는 모든 건물이 엄청나게 높고 색도 삐까뻔쩍하다.

어찌저찌 비상계단까지 가서 길을 찾아 나와서 친구가 추천한 곳인 M+ 현대미술관이 있는 서구룡 문화지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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