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홋카이도 역 바로 앞에 있는 수산물시장에 들렀다가 하코다테 주변에 있는 오누마공원에 가 보기로 했다.

홋카이도에는 유명한 음식들이 많지만 메론도 그 중 하나다. 수산물시장에서도 뜬금없이 메론을 팔고 있었다. 유바리라는 마을에서 재배된 메론과 그냥 홋카이도 메론이라고 써져있는 것이 있었는데 무슨 차이인지를 잘 모르겠어서 그냥 50엔 더 비싼 홋카이도 메론을 시켰다. 맛은.. 와~ 역시 홋카이도 메론 죽이네~ 할 만큼은 아니고 그냥 맛있는 메론이었다.

신선한 해산물들도 물론 많았다. 게의 오와열도 참 빈틈없이 맞춰놓고... 역시 일본이다

우니동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말고 길거리에서 파는 이런 우니를 먹었다. 여자친구가 우니를 좋아하는데 결국 우니동을 못 먹어보고 서울에 돌아와서 왠지 좀 미안한 마음.

평화로운 도시 하코다테를 떠난다. 안녕! 즐거웠어

고작해야 두 량짜리 조그만 기차를 타고 오누마공원에 간다.

오누마공원 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밥부터 먼저 먹는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많이 없기도 하고 문을 닫은 곳도 있어서, 공원으로 가는 길 한 켠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서 카레를 시켜 먹었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주변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를 튀긴 생선튀김과 같이 나오는 음식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흡입하듯 먹었다.

일본에선 어딜 가든 ~~3경, 3대 이런 걸 많이 붙이는 느낌이다. 하코다테의 야경도 나가사키랑 또 어딘가와 같이 3대 야경이라고 하고... 오누마공원은 일본 신3경이라고 하나보다. 신3경은 또 뭐람? 구3경 따로있고 뭐 그런건가... 우리나라도 3대 4대 7경 이런거 붙이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일본에서 전해진 문화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간에 오누마공원은 하코다테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공원이다. 주변 도시에 사는 현지인들이 데이트코스, 나들이 장소 같은 느낌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침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잠깐 구경하는 느낌으로 들렀다.

자동으로 엘리니아 BGM을 흥얼거리게 된다.

하늘이 좀 더 맑았으면 물 색깔도 더 푸르고 전체적으로 훨씬 더 좋았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산책하는 맛이 있었다.

저 멀리 홋카이도 고마가타케산이라고 하는 활화산이 보인다. 왼쪽 한 쪽만 뾰족 솟은 모습이 신기하고 멋있다.

하늘이 점점 개면서 풍경도 더 멋있어지고 땀도 더 많이 난다. 홋카이도가 아무리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곳들보다는 덜 습하고 시원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빙 도는 유람선도 한번 타 본다. 고마가타케산도 더 탁 트인 풍경으로 볼 수 있다.

공원과 호수 구경을 끝내고 기차에 타기 전, 이 곳에서 유명한 당고를 사 먹기 위해서 어떤 가게에 들렀다. 아직도 기억나는 달큰하고 짭짤한 맛... 오누마공원에 온 이유의 절반 정도는 사실 이 당고였는데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시 오누마공원에서 신칸센을 타고 삿포로까지 간다. 도저히 신칸센같은 쾌속열차가 설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단촐한 플랫폼이다. 사실 지금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호쿠토 열차는 신칸센이라 일컬어지긴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혼슈에서 다니는 진짜 신칸센이랑은 거리가 좀 있다. 혼슈에서부터 삿포로까지 이어지는 진짜 신칸센은 현재 공사중이라고 한다.

갑자기 흐려지는 날씨. 비도 추적추적 오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여자친구와 같이 앉지도 못 하고 떨어져 앉았다. 심심하게 3시간 넘는 시간을 달려 삿포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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