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기차표 예약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레일패스라는 아주 좋은 상품이 기차표 예약 고민을 좀 덜어주긴 한다.

하지만 예산이 빠듯하다면, 무조건 유레일패스를 살 건 아니고 구간권과 꼼꼼하게 비교해봐야 한다.


1. 일단 교통수단을 결정한다!


쉬운 설명을 위해, 지난번 나의 여행 루트를 예로 들어본다.

여행 루트는 다음과 같다:

마드리드(톨레도) - 바르셀로나 - 니스 - 인터라켄(루체른) - 프라이부르크 - 하이델베르크 - 뮌헨 - 인스브루크 - 잘츠부르크(할슈타트) - 비엔나 - 부다페스트 - 프라하


괄호 친 도시들은 당일치기로 갔다 온 도시들이다.

이 중 기차로 이동하는 구간은

마드리드-바르셀로나

인터라켄-루체른 (당일치기, 하루에 왕복)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뮌헨

뮌헨-인스브루크

인스브루크-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비엔나

비엔나-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프라하


이렇게 총 10구간이며, 나머지는 저가항공으로 이동했다.

이런 루트라면 구간권을 사는게 이득인지, 유레일패스를 사는게 이득인지 알아보자.


2. 구간권 가격을 전부 조사한다!


이제 각 구간의 구간권이 얼마인지 전부 조사해야 한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이 정도 노력도 할 각오가 없다면 여행 싸게 갈 생각은 접어두는게 낫다.

(유레일패스가 잘 팔리는 이유는 이런 귀찮은 과정을 모두 날려도 괜찮아서이기도 하다.)


일단 각 국가 철도청 정책마다 다르지만, 보통 빠르면 30일에서 늦으면 몇 달 사이에 기차 운행 스케줄과 가격이 결정된다.

어쨌든 기차표는 무조건 빨리 사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니 현재 구매 가능한 날짜에서 가장 늦은 날짜로 검색을 해 보자.


일단 첫 번째 구간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부터 찾아보자.


1. 스페인 철도청



스페인 철도청 주소는 http://www.renfe.com/EN/viajeros/index.html 이다.

네모 친 DEPARTURE 과 DESTINATION 에 각각 출발 도시와 도착 도시를 입력한다.

그 다음 출발 날짜를 검색하는데, 스페인 철도는 두 달 뒤 기차부터 표를 살 수 있다.

글을 쓰는 시점으로 두달 뒤인 2016년 1월 초 날짜로 선택한 후, BUY를 눌러봤다.


그러면 내가 고를 수 있는 기차편이 뜨게 된다.

여기서 기차편을 고를 때 봐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가격, 둘째는 출/도착 시간, 셋째는 소요시간.


1. 가격에 대해서는 일단 말 할 필요가 없겠고,

2. 출/도착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출발 시간이 너무 이르거나 도착 시간이 너무 늦으면 곤란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아침에 너무 일찍 출발해야 해서 체크아웃을 하기 곤란해 질 수도 있고,

혹은 너무 늦게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지 못하거나 짐을 주렁주렁 단 채로 깜깜한 밤에 헤매일 수 있다.

3. 소요시간도 당연히 중요하다. 오래 걸리거나 환승이 많으면 지루하고 신경도 계속 써야해서 피곤하다.


후보군을 빨간 네모를 쳐서 표시해 두었다.

맨 위에 있는 첫 번째 기차편은 일단 36유로지만 출발 시간이 아침 6시 45분으로 매우 빠르고 소요시간도 다른 열차에 비해 두배 이상이 걸린다.

두 번째 기차편은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출발 시간도 적당하고 중간에 갈아타지 않는 직행이기 때문에 소요시간도 3시간 아래로 매우 짧다.

마지막 기차편은 가격이 27유로로 제일 싸지만, 11시라는 어중간한 시각에 출발하여 저녁 5시 39분이라는 늦은 시각에 도착한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을 통째로 날려먹으면서 중간에 환승까지 필요한 똥같은 열차다.

아무래도 나 같으면 돈이 없어도 두 번째 기차를 선택할 것 같다. 2만원 정도를 절약하고 첫 번째 기차를 선택해도 딱히 말리진 않겠지만, 돈이 없어서 27유로 짜리 기차를 타야 한다면 그냥 일정을 하루 빼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자, 그러면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에서 적당한 구간권의 가격은 49유로가 되었다.


하나만 더, 이번엔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구간 가격을 찾아보자.


2. 독일 철도청


독일 철도청 주소는 https://www.bahn.com/en/view/index.shtml 이다.

왼쪽 상자에 출발 도시, 다음 상자에 도착 도시를 입력하고,

(유럽 철도는 매우 연결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출발 도시나 도착 도시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여도 상관없다.)

그 다음 밑줄 왼쪽 상자에 날짜를 입력한다.

오른쪽의 시간은 00:00으로 입력하면 된다.


가격이 참 착한 Saver fares 가 있다. 두 편마다 한 번 꼴로 29유로짜리 표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표도 아니고 출발 시간 선택 폭도 넓으니, 저 중 아무거나 골라서 타면 되겠다.

혹여 더 뒤의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편을 보고싶다면 밑의 Later를 누르면 된다.

그러면 다음 스케줄까지 이어서 검색이 된다.

그러면,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구간의 가격은 29유로 인걸로 결정!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다른 나라는 귀찮으므로 건너뛰었다.

예약 방법이 다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궁금하면 네이버 검색..!)


3. 구간권 가격을 정리하고 유레일패스 가격과 비교해보자!


이렇게 신나는 노가다로 찾은 구간권의 가격은 모두 다음과 같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 =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 = 5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 1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뮌헨-인스브루크 / 19유로

인스브루크-잘츠부르크 / 14유로

잘츠부르크-빈 / 19유로

빈-부다페스트 / 19유로

부다페스트-프라하 / 29유로


이제 이것을 비싼 순서대로 정렬해보자.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59유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부다페스트-프라하 / 29유로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 19유로

뮌헨-인스브루크 / 19유로

잘츠부르크-빈 / 19유로

빈-부다페스트 / 19유로

인스브루크-잘츠부르크 / 14유로


구간권 가격은 일단 이렇게 저장해 놓고, 한켠에 잠시 밀어두자.

그리고 이제 유레일패스 가격을 알아볼 차례다.

유레일패스는 내가 알기로는 유랑카페(http://cafe.naver.com/firenze)에서 사는 게 가장 싸다. 항상 공구로 10%정도 할인을 한다.

그리고 비수기에는 유레일패스에서 공식적으로 20%정도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

그러면 비수기에 유랑에서 유레일패스를 구매하면 약 30% 할인을 받고 사는 셈이 된다!


유레일패스에는 글로벌패스/플렉시패스/셀렉트패스 세 종류가 있다.

단순하게 글로벌패스는 모든 나라에서 내가 산 날짜만큼 연속으로 사용,

플렉시패스는 모든 나라에서 내가 고른 날짜에 띄엄띄엄 사용,

셀렉트패스는 내가 고른 4개 나라에서 내가 고른 날짜에 띄엄띄엄 사용이 가능한 패스다.


한두 푼 아끼기 위해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아마 유스(만 26세 이하)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재 비수기 할인 20%에 유랑 공구 할인 10%를 합해 30% 할인한 금액으로 각 패스 가격을 계산해보면?

 글로벌패스

 15일 

 261.1

 

 21일

 335.5

 플렉시패스

 5일 

 205.1

 

 10일

 306.6

 셀렉트패스 

 5일

 186.9

 

 6일

 203.7

 

 8일

 237.3

 

 10일

 270.2


왼쪽이 패스 종류, 가운데가 날짜 수, 오른쪽은 가격(유로) 이다.

그럼 이제 패스 종류별로 어떤것이 유리한지 따져보자!


글로벌패스가 유리한 경우는 15일간 탈 기차의 구간권 가격의 합이 261.1 유로를 넘거나,

21일간 탈 기차의 구간권 가격의 합이 335.5 유로를 넘는 경우다.


플렉시패스는 5일권은 별 쓸모가 없다. 개시일로부터 10일 안에 날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이틀에 한번은 기차를 타야된다는 말이다.

그럼 두 달 안에서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10일권부터 보자.

10일권이 306.6 유로이니까, 306.6/10 해서 30.6유로가 넘는 구간을 10번 타면 이득이란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 봤다시피 30유로가 넘는 구간은 국가 간 이동이지 도시간 이동에서 30유로가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셀렉트패스가 가장 유리하다.

이 셀렉트패스를 두고 많은 여행자들이 고민을 하던데, 어떤 패스를 살 지 이렇게 정하면 된다!


일단, 아까 조사해 둔 각 구간권 요금을 다시 보자.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59유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부다페스트-프라하 / 29유로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 19유로

뮌헨-인스브루크 / 19유로

잘츠부르크-빈 / 19유로

빈-부다페스트 / 19유로

인스브루크-잘츠부르크 / 14유로


일단 셀렉트패스는 5일권부터 있으므로, 위에서 5개를 고른다.

(셀렉트패스 가격은 똑같으므로, 당연히 비싼 구간부터 타는 것이 이득이다.)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59유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이렇게 선택을 했다. 그 다음에는 이 나라들이 서로 인접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셀렉트패스 구매시 고르는 나라 4개는 서로 국경이 맞닿아 있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스웨덴과 독일 등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고 배(페리)편이 있는 경우 인접한 국가로 친다.)

저 5개 구간에 있는 나라들은 스위스, 스페인, 독일이다.

1개 나라가 비는데 프랑스를 넣어주면 스페인-프랑스-스위스-독일로 서로 인접한 나라들로 묶인다!


나라들이 인접한지까지 확인했다면 그 다음엔 가격을 보자.

저 5개 구간의 구간권 합은 67+59+49+29+29=233 유로.

셀렉트패스 5일권의 가격은? 186.9 유로. 무려 50유로 가까이 이득이다!!!


기쁜 마음을 뒤로 하고 6일권의 가격도 한번 살펴보자

6일권을 선택한다면, 위에서 6개를 고른다.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59유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부다페스트-프라하 / 29유로


이렇게 선택이 되었다.

그 다음에는 이 나라들이 인접해 있는지 보자.

스위스, 스페인, 독일, 헝가리, 체코.. 이미 5개국이 포함되었으므로 이 구간들은 탈락이다. ㅠㅠ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부다페스트-프라하를 빼고 다른 구간도 한번 넣어보자.


제네바-인터라켄 / 73스위스프랑 (67유로)

인터라켄-루체른 / 32스위스프랑 * 2(당일왕복) (59유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 49유로

인터라켄-프라이부르크 / 29유로

하이델베르크-뮌헨 / 29유로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 19유로


비록 부다페스트-프라하 구간보다 싸긴 하지만, 독일 안에 포함되어 있는 19유로짜리 프라이부르크-하이델베르크 구간을 넣었다.

스위스, 스페인, 독일이 포함되었으니까 위와 똑같이 프랑스만 추가 선택해 주면 인접 조건도 통과한다.

그럼 다시 가격을 보자다. 구간권의 총 가격은 67+59+49+29+29+19=252 유로.

셀렉트패스 6일권의 가격은? 203.7유로. 이번엔 50유로 넘게 이득이다!!


이제 8일권과 10일권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비싼 구간들은 거의 국가간 이동이다.

8일권과 10일권을 산다면 국가를 거의 7~8번, 9~10번 넘어다닌다는 말인데, 이렇게 많은 나라를 보통 여행하지는 않으니 8일권과 10일권이 유리한 경우는 많이 없다.

그래도 비싼 구간을 많이 다닌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비교해 보자.


어쨌든 결론적으로 나의 여행 루트에는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독일 선택 셀렉트패스 6일권이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또 주의해야 할 점!

유레일패스 하나 샀다고 모든 구간을 예약 안하고 덜렁 패스 들고 타서 내밀면 되는게 아니라,

예약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구간이 있다!!! 진짜 왕왕 중요


이것까지 설명하기는 매우매우 귀찮으므로 http://blog.naver.com/nanzotago/220343350437

다른 블로거분의 설명 포스트를 남기고 간다..

이탈리아의 많은 기차, 프랑스의 TGV 고속철도, 스페인의 AVE 고속철도, 대부분의 야간기차는 예약이 필수인 구간이 많다. 게다가 10유로 안팎의 예약비가 드니 꼭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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