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략)


"겐고로, 무엇이 사람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느냐?"

다카토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 간스케는 사람이 바뀐 듯한 날카로운 눈길을 던지며 물었다.

"사람을?"

겐고로는 갑작스런 질문에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간스케는 말없이 애꾸눈으로 겐고로를 응시했다.

정의감인가요?"

"아냐."

겐고로는 '정의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간스케는 딱 잘라 아니라고 했다.

"욕망이란 놈이야. 사람은 모두 욕망덩어리지. 모든 사람은 다 욕망이란 놈 때문에 움직이는 게야."

겐고로는 불편한 기분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분명 그렇기는 하지만, 간스케의 단호한 말에 반감이 일었다.


"저 백성도 말입니까?"

겐고로는 일부러 백성을 지칭해 시비조로 물었다.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간스케보다 스와 가에 이변에 생기면 달려가겠노라던 그 백성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욕망이야."

"어떻게 욕망이란 말입니까?"

"자신을 의리 있는 인간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욕망 가운데서도 좀 나은 욕망이라 할 수 있지. 그러나 욕망이기는 마찬가지야."

'정말 넌더리나게 하는 작자로군' 겐고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군도 욕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야. 이 난세를 평정하고 싶다는 욕망이지. 대욕이야. 그러나 세상을 위한, 사람을 위한 욕망. 욕망 가운데서도 최상의 욕망이라 할 수 있어."

간스케는 단호하게 말했다.

듣고 있던 겐고로는 눈앞에 있는 이자가 존경하는 주군을 경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발심이 일어 반격을 가했다.

"그게 의리이고, 정의감이 아닌가요?"

간스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해둬라. 원래 정의란 것은 없는 게야. 그건 사람 마음속에 없는 것을 중국의 학자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말에 지나지 않아. 그러나 욕망은 다르지. 저 먼 옛날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함께 생겨난 것이야.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이 어떤 욕망을 가졌는가를 알아야 해. 욕망의 내용을 알게 되면 사람을 조종할 수 있거든."


(하략)...



무사 1 (제 1부 풍림화산의 깃발), 이자와 모토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p74-75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할의 승리  (0) 2016.04.02
주식 투자로 배운 것  (0) 2016.03.10
실행할 용기  (0) 2016.03.01
조언 혹은 멘토링  (0) 2016.01.14
인턴으로 입사하고 4달동안 배우고 해본 것들  (0) 2016.01.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