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의 일이다.

잠깐 아빠를 따라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다. 교회에 나가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에서 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때는 특히 낯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었어서, 수련회를 갈 당시엔 친하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딱히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이 아닌 이상에는 난 거의 항상 혼자였다. 그런 나를 집중마크하라는 중고등부 임원들의 미션이 있었는지, 나보다 두세 살 많은 어떤 형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케어해주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도, 휴식시간에도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고 같이 있어주었다.

왠지 모르게 그런 그 형의 행동이 싫었다. 그래서 나에게 말을 걸어줘도 그저 짧은 대답만 하고, 불편하다는 티를 많이 냈었다. 심지어는 나중에 가서 '나는 형이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는 게 사실 조금 불편해요' 라고 돌직구까지 던지게 되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그 형의 무안한 표정이 아직도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내가 왜 그런 호의를 불편하게 생각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난데없이 이 일이 생각이 나서 곰곰히 고민을 해 보니 왜 그랬는지 어느정도 알 것도 같다.

아마 그 형의 오로지 나를 위한 순수한 호의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나의 못난 마음을 비췄던 거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 호의로 인해 '너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사귀지 못하고, 누군가의 특별한 조치를 필요로 하는 성가신 존재야!' 라는 마음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던 게 불편했던 건 아니었을까.

남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쉽다. 대개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담 좋은 일은 무엇일까? 아무리 좋은 일이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이어도 이렇듯 받아들이기에 따라 불편하기 나름이리라. 좋은 사람이 되기 한층 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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