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의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면접을 보고 왔다.

그래서 처음 분위기는 좋았고 편안했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전공 지식에 대한 문제를 물어보셨을 때 난 거의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네 문제 중에 두 문제는 반 정도만 대답을 했고, 두 문제는 아예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많이 부끄러웠다. 면접 대기실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마 전부 타대에서 온 학생들이리라. 그들은 내가 대충 준비한 이 면접 자리가 얼마나 절실했을까, 그리고 나보다 대답을 더 잘 하고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물론 이 짧은 면접만으로 지난 대학생활 4년간 이룬 것과 현재 가진 능력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많이 부끄러웠다.

내 학점이 심하게 나쁜 것도 아니고, 자대 출신에다, 이미 갈 연구실까지 정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마 불합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간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이 자리를 가져가도 되나 싶었다. 그리고 한때나마 더 좋은 학교의 대학원에 가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도 너무나 덧없고 부끄러워졌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뭘 욕심을 그렇게 냈을까?

내가 더 좋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고 또 달콤하다. 하지만 그 학교에 합격할 만큼 나는 절대 간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걸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달콤한 모습에 취해서 내가 가진 이 정도의 간절함 가지고는 절대 낼 수 없는 능력을 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난 내가 가진 학점에 비해 학교 생활을 그리 열심히 하지도 않은 것 같고 알고 있는 것도 많이 없다. 더 좋은 결과, 더 좋은 보상은 지난 과정을 착실히 그리고 열심히 보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상상으로는 누구나 서울대, 카이스트, MIT 학생이 될 수 있다. 상상만 하는 사람이 그것을 실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그 뒤에 얻을 결과는 너무나 상처가 된다.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실행을 하면서 동시에 더 높은 목표를 꿈꿔야 한다.

열심히 살자. 지난 실수를 또 반복하기는 싫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열심히 하고, 내가 가진 간절함과 능력의 양을 정확히 직시하자. 헛되고 과한 욕심은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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