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쉬느라 늦게 나오기도 했고 쇼팽박물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벌써 시간이 7시가 넘어갔다. 또 어딜 갈 수는 없고, 간단하게 구시가나 한번 둘러보자 해서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시나 음악의 도시답게 길거리 연주자도 많다.

조금 더 가서 구시가에서 가장 넓은 잠코비 광장에 다다라 내가 발견한 것은 한 무리의 시위대였다. 맨 앞의 플래카드에 적힌 내용을 번역기로 돌려보니 'Remember Smolensk'였다.

스몰렌스크는 익히 들어본 러시아의 지명이었는데, 왜 폴란드 시위대가 스몰렌스크를 기억하자고 하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초록창에게 도움을 청해 보았다. 그리고 2010년에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스몰렌스크 사건에 대하여 - http://blog.naver.com/santa_croce/220613966512)

시위대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시위대가 멈춰선 곳에 같이 멈췄다. 그리고 연단에 한 남자가 올라가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야로슬러! 야로슬러!' 를 연호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살아남은 나머지 쌍둥이인 야로슬러 카친스키 전 총리인 것 같았다.

다음 날 다시 구시가를 찾았다. 어제 저녁에 방문했을 때 보다 햇볕이 더 잘 들어 훨씬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이렇게 동상들도 있고,

건물들의 색깔에서도 고풍스런 맛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발트3국보다 더욱 정감이 가는 구시가였다. 폴란드의 매력에 빠져서 죄다 좋아보이는 걸수도.

참 예쁜 색깔의 우산이 걸려있었다.


사치를 한번 부려봤다. 작은 치즈케익 하나에 카푸치노 이렇게 해서 4천원이 조금 안되었다. 치즈케익은 맛이 꽤 괜찮았다. 가게 이름은 'Cheesecake Corner'.

국립미술관에도 들렀다. 요즘 그림 보는 맛에 푹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화풍의 그림이 많아서 또 즐겁게 감상했다. 표값도 학생은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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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을 벗어나 폴란드로 향했다. 처음으로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바르샤바에는 아침 6시에 도착했는다. 버스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에 좀 쉴 생각으로 숙소를 열심히 찾아갔다. 그런데 숙소 문에는 아침 8시에 리셉션을 연다는 말 밖에 없었다.

결국 8시까지 문 밖에서 꼼짝없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숙소 와이파이는 잡히는데 비밀번호를 모르고.. 이것저것 찍어보았는데 정답은 없었다. 인터넷도 안 된 채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숙소에 들어가 보니 내가 찍은 비밀번호중에 앞에 #만 붙이면 됐었다.)

그리하여 직원이 오고 겨우 숙소에 들어갔는데 체크인은 한시부터 된다고 한다. 거 좀 빈 침대 하나만 미리 내주면 안되나.. 생각했지만 안되는 걸 뭐 어쩌겠나. 결국 라운지 소파 구석에 자리를 잡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열두시까지 선잠을 잤다. 배가 고프길래 파스타를 해 먹고 체크인을 한 뒤 침대에 들어가 또 세시까지 내리 잤다.

그렇게 푹 쉬고 난 뒤 바르샤바에서 처음 간 곳은 쇼팽박물관이었다. 나에게 바르샤바는 쇼팽의 흔적을 찾으러 간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클래식 작곡가 중 유난히 쇼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쇼팽탐지견이 된 심정으로 바르샤바를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쇼팽의 생가이자 쇼팽박물관 건물. 후! 이 건물에 다다르자 가슴이 뛰었다. 여기가 쇼팽이 살던 곳이라니. 이렇게 옛날에 살던 어떤 사람의 흔적이 묻은 것을 볼 때, 오랜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마치 그와 내가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의 짜릿함이 정말 중독성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도 그렇고, 이렇게 누군가 살던 집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저기 꽂혀있는 악보들 중 하나를 꺼내 피아노 앞에 있는 보면대에 올려놓으면 그 곡이 연주가 되었다. 표 값도 얼마 하지도 않는 주제에 정말 관람하기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서랍을 꺼내면 악보가 나오는데 그 곡이 연주되기도 하고,

이런 책의 책장을 넘기면 위의 바코드를 인식해서 내용이 달라진다. 저 글자나 악보가 잉크로 인쇄된 게 아니라 위에서 빛으로 쏴주는 거다. 곡에 대한 이야기와 악보,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책장을 넘기면서 볼 수 있다.

쇼팽이 쓴 편지와 손글씨 연습하던 책도 있고,

쇼팽이 쓰던 피아노도 있다.

쇼팽이 만난 사람들과 방문했던 도시들의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 쇼팽은 이제 없다.

하지만 그런 그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나같은 빠돌이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딱히 쇼팽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폴리니가 연주한 에튀드를 제일 좋아하는데, 구하고 싶어도 좀처럼 한국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뮤지엄 샵에 익숙한 앨범 커버가 있었다. 바로 이 앨범! 바로 지르고 말았다. 앞으로 이보다 더 비싼 기념품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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