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기가 '대학내일'이라는 잡지에 실렸다. 

https://univ20.com/69050


아래는 이 일에 관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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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주로 진로에 관한 문제이겠죠. 제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보다 전공에 대한 열정도, 실력도 특출난 것 같지 않아 걱정이기도 하고요. 조급해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나이라는 걸 알지만 졸업을 앞두고 마냥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도 쉬운 게 아니네요.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은 그래도 순탄하게 잘 굴러갔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노력에 운이 따랐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기도 해서 인생의 큰 고비들을 잘 넘겨 왔습니다. 고입, 대입 때가 그랬고, 휴학 때 좋은 곳에서 인턴 생활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이런 것들을 무사히 이뤄낼 때면 짜릿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기분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비들을 잘 지나고 나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고 방황을 할 때도 많았습니다. 기모찌한 것도 오래 가지 않았고 오히려 무력함과 권태감을 느끼고는 했죠.

그럴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한 번 귀를 기울여 보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뤄낸 것, 내가 다니는 학교와 전공, 남이 나를 보는 이미지와 나에게 기대하는 것 말고 제가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또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오고 블로그를 만들어 여행기 등을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지하철에선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대학생 여행자 블로거가 책을 내는 것을 보고 나도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매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행작가가 다 된 것 마냥 김칫국 드링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정말 김칫국 드링킹으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개나소나 여행작가 하나요? 저에겐 이미 4년을 배운 전공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세운 20대의 인생 계획이 있습니다. 전 갑자기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가족들과 주변의 바람, 앞으로의 제 인생에 대한 책임 그 모든 걸 못 본 채 하고 급커브를 할 깡다구를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게 대학원을 다니고 병특을 마치고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 이런 꿈도 언젠가 서서히 흐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응모해 본 이 주간 잡지의 두 장짜리 코너에 제 글이 실린 이상 언제까지고 이 꿈을 놓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내 글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에 실리고, 고작 5만원이지만 내 글에 대한 대가를 받은 이 경험을 쉽사리 잊을 수 있을까요? 내 글과 사진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응모한 사람이 적어서 뽑힌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치 않았습니다. 고입과 대입에 성공했을 때 만큼의 쾌감은 아니지만, 나의 진짜 꿈을 이루기 위한 한 발짝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생각에 이토록 두근댈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제일 자랑하고 싶은 일을 꼽으라면 이 여행을 다녀온 것과 이 잡지에 글과 사진을 실은 것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별 거 아니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거리면서 자랑하고 싶었어요 ㅎㅅㅎ

아마 그 동안 다른 뭔가를 성공했을 때와는 달리 이 잔잔한 행복과 두근거림이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러분도 이런 두근거림을 느끼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과 기사를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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