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타파스 투어를 한다는 미명 아래 하루 종일 와인과 샹그리아, 맥주에 절여 지냈다.

타파스는 위에 보이는 것처럼 작은 접시에 소량 내오는,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타파스를 주는 바나 술집 등을 여러 군데 찾아다니면서 술 한잔씩 시키면 딸려 나오는 타파스를 맛 보는 것을 타파스 투어라고 하는데, 그라나다는 특히 물가가 싸고 타파스를 제공하는 좋은 술집이 많아서 타파스 투어를 하기 아주 제격인 곳이다.

한 4~5군데 정도를 돌아다니며 와인과 샹그리아, 타파스를 맛본 것 같은데, 짤막한 후기를 적어 놓았다.


1. EL ORIGEN

위에서 3번째 사진이 EL ORIGEN에서 찍은 사진이다. 와인 작은거 2유로. 분위기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깨끗하다. 타파스 종류가 많고 영어 메뉴도 잘 되어있다. 직원도 친절하다. 하몽 샌드위치가 맛있었다. 와인에 얼음을 넣어서 주는데, 그것 때문에 맛이 없지는 않다. 신선한 맛이었다. 단점이라 하면 사진에서 보이듯 음료의 양이 조금 적은 감이 있다.

2. Bedegas Castaneda

위에서 4번째 사진이 Bedegas Castaneda에서 찍은 사진이다. 와인 한 잔 2.8유로. 사람이 많다. 빠에야에 국물이 좀 많다. 하몽이 엄청 얼려져 있고 좀 왁자지껄하다. 하몽을 만드는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것을 천장에 막 걸어놓았다. 활기찬 것을 좋아하고 로컬 술집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지만 나는 그냥저냥이었다.

3. Casa de vinos La Brujidera

여기는 그라나다를 다시 찾게 된다면 무조건 다시 갈 만큼 만족했던 곳.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이 여기서 찍은 사진이다. 와인 한 잔에 2유로 대인데, 먼저 찾는 와인이 있냐고 묻기도 하고, 이건 어떠냐고 물어보면 친절히 시음까지 시켜준다 (그저 2유로짜리 한 잔 시키는 것일 뿐인데!) 타파스는 고를수가 없고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데, 정말정말 와인과 어울리는 타파스를 내 준다. 다른 곳은 와인 따로 타파스 따로 먹는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세트메뉴로 정말 궁합이 맞는 음식을 함께 먹는 느낌이었다.


도착한 날에 내가 늦은 시간 숙소에 돌아오니 내 밑의 침대에 내 또래 한국인 여자가 와 있었다. 사실 나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만나도 한국인이냐고 먼저 묻지 않는데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일 저녁에 같이 맥주 한 잔 하는게 어떻냐고 묻는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당연히 좋다고 했다. 베니스에서 한인민박을 이용한 뒤로 정말 오랜만에 한국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술 한잔 하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간단히 맥주 한 잔씩을 시키고 타파스를 먹었다. 맛이 꽤 괜찮아서 여기서 더 먹을까 하고 아예 소세지 요리 하나와 맥주 한 잔씩을 더 시켰다. 이미 낮에 와인을 잔뜩 먹고 온 데다가 맥주까지 연거푸 먹으니 얼굴이 벌겋게 취해서 두 번째 사진은 찍으면서도 손가락이 렌즈를 가리는 줄도 몰랐다. 아무튼 같은 공대생이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많이 먹었다고 계산을 하고 나니 마지막엔 저렇게 깜찍한 후식도 주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뭔가 숙취가 있는 것 같았다. 술은 엄청 먹었으면서 물은 거의 마시지 않은 탓인지 목도 엄청 마르고 피가 걸쭉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온 몸에 피가 안 돌고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계속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2시쯤 나와서 엽서를 부치고 슈퍼만 갔다가 왔다. 어제 갔던 훌륭한 와인 바(위의 3번)를 다시 한 번 가고 싶었는데 숙취 때문에 도저히 다시 가서 술을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제 같이 술을 먹었던 여자애가 자기는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한식이 많이 남았다면서 나에게 다 주고 갔다. 건네준 쇼핑백에는 라면 2개와 깻잎, 짜장, 누룽지, 팥죽에 한 달 치 하루견과가 들어있었다. 정말... 구세주가 나타난 느낌이었다. 이 건네받은 식량은 여행이 끝날 때 까지도 요긴하게 잘 먹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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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66.46€ (방값 46€)
7/24 21.8

7/25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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