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미니북 (한글판)
국내도서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 박진권역
출판 : 더클래식 2016.05.30

상세보


책 이름이 '싯다르타' 이길래 석가모니에 대한 책인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고 그냥 주인공 이름이 싯다르타다. 브라만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진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누군가의 제자로 들어가거나 (그의 친구 고빈다처럼), 어떤 믿음을 가지는 것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싯다르타는 책에 씌인 표현으로, '수 없는 우회로를 걸었다'고 말한다. 열반에,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걸어야 하는 일반적인 길을 가지 않았다. 싯다르타의 인생의 최종 목표이자, 수 없는 우회로를 걸으며 이르려 했던 그 열반은 우리 삶에서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의 최종 목표일까?

만약 그것을 사회적 성공이라 정의한다면, 그것에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은 무엇인가? 내가 믿는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가장 '올바른' 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내가 어떤 일을 해야 그것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한다. 그러한 고민들을 잘 헤쳐나가고 답을 얻어간다면 사회적 성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누군지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세 달 동안 여행을 떠났을 때에도 누군가는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흔히 스펙 쌓기라고 하는)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부터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그것을 온전히 즐기며 개발을 해 온 사람들은 지금은 돈도 꽤 벌고 오피스텔도 사고 차도 산다. 나와 비슷한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내가 하는 이 고민들이 정말 쓸 데 있는 것들일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기 마련이다. 무작정 미래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을 나이는 이제 지난 것 같은데, 정말 대책없이 이러고 있어도 될까 하는 두려움 비슷한 것들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고민들을 계속 붙들고 있는 까닭은, 나의 열반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와서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대체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많이 알고 죽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리고 그 나에 대한 더 많은 앎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품고 있음에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스펙' 따위가 조금은 부족해질지라도,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맞춘 채 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페이스대로 살면서 말이다.

싯다르타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그게 무엇입니까?" 라는 부호 상인의 질문에 항상 "나는 사고할 수 있습니다. 나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나는 단식할 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 누가 싯다르타에게 물어보든 대답은 항상 같았다. 세상 사람들은 대체 그게 어디에 쓸모가 있는 재주냐며 비웃고는 했지만, 결국 그것들은 어떤 세속적인 일에도 쓸모가 있는 재주들이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이 세상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야말로 모든 질문과 어려움을 해결할 만능 열쇠인 것이다.

그렇게 긴긴 우회로를 걸어 결국 열반에 이른 싯다르타에게 나는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나를 안다' 라는 정말이지 거창한 목표를 삼고도 내가 그것을 이룰 만한 그릇이 되는지, 죽을 때까지 고민을 해 봤자 답을 알기는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다 쓸모 없는 고민들인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친구 고빈다에게 말한 것처럼, 열반에 이르겠단 열망으로 가득 차면 오히려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 그저 남들과는 다른 이 우회로를 묵묵히 걸어가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라는,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잘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0) 2018.10.17
여행자 (후칭팡)  (0) 2018.05.16
실패한 여행기 (최윤석)  (0) 2018.01.31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박정석)  (0) 2018.01.31
동물농장 (조지 오웰)  (0) 2017.02.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