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조금 비뚫은 길을 거치더라도 결국엔 원래 가야하는 방향으로, 옳은 곳으로 간다는 말. 어떨 땐 용기를 주기도 하고, 또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가끔은 답을 주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그렇더라.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지나간다. 나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할 땐, 그저 기분에 따라 말을 하고 상황에 따라 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어떤 인연이든지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지만, 작은 일에서 비롯되어 멀어지는 인연은 그냥 처음부터 그 정도의 인연이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 어떤 사람을 보면 마치 그 사람과의 미래가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머릿속에 퍼질 때가 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나와 맞는 사람인지, 등의 이런 평범한 생각은 아예 애초부터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 마치 고양이에 대해 생각할 때와, 카메라에 대해 생각할 때 전혀 겹칠만한 것이 없는 것 마냥, 똑같이 사람에 대한 생각인데도 전혀 다른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나의 어떤 결심도 생각도 소용이 없었다. 시냇물을 돌덩이로 막으려 하면 그 옆을 빙 둘러가는 물길이 새로 생길 뿐, 결국엔 흐르던 방향으로 다시 흘러가게 된다. 애초에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끙끙대며 차라리 돌덩이로 막는 것이 나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뒤돌아보면 그런 생각들이 정말 나의 본심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답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을 뿐이었다. 이제 발버둥을 멈추고 원래 흘러가야 했던 그 물길에 몸을 맡겨 가만히 떠내려가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은 이렇게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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