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래 이 빛나는 다리는 나에게 그저 반환점의 역할 정도였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이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걷고 싶었다.

다리를 등지고 그렇게 걷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이 다리를 마주보고 걷게 되었다.

문득 멈춰서서 조용한 노래를 틀고 넘실대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그것들에 폭 안겨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강에 빠져버리고 싶다고 상상한 것이다.
바보 병신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강에 빠진다면 어떤 느낌일지는 모른다. 그냥 아프겠지.. 이 정도 생각만 들 뿐이다.
하지만 좋아보이는 것,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흠뻑 젖는 것이
때로는 원래 생각한 만큼 좋은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안다.

요즘은 한강 주변에 구조대가 항상 3분 내로 출동한다니 죽지야 않겠지만
어쨌든간에 강에 빠진다면 전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서
다시 출발할 채비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 강을 한번 더 바라보았다.

그 때 다시 저 예쁜 강에 한번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혀 유쾌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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