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일본에 간다면 꼭 일본 야구를 관람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마침 이번에 여행하는 후쿠오카에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인 야후오쿠! 돔이 있었다. 한국에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예매한 끝에 일본에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하카타 쪽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몰을 구경한 다음 버스를 한참 타고 후쿠오카 야후오쿠! 돔에 도착했다. 야후오쿠 라는 말은 야후 옥션의 일본말인데, 야후 재팬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라고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독특한 이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무진장 큰 경기장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고척스카이돔하고는 비교가 안 돼 보였다. 고척스카이돔은 높이가 높지만 면적 자체는 좀 작은 반면에, 야후오쿠 돔은 그냥 면적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야구장 주변을 한 바퀴 빙 도는 것도 힘들어보였다. (찾아보니 실제로는 건축면적이 고척스카이돔은 29,120㎡, 잠실야구장은 26,331㎡, 야후오쿠! 돔은 70000㎡ 이었다. 면적 자체는 일단 야후오쿠! 돔이 한국의 두 경기장을 압살하는 수준이고, 그라운드 면적이 한국에서 제일 넓은 잠실야구장보다도 야후오쿠! 돔이 훨씬 넓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것도 많은거지만 우리나라의 야구장 풍경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 있었다. 야구팬이 정말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했다. 허리가 거의 굽어진 할머니들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보러 왔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여성 야구팬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거의 젊은 사람에 한정된 얘기인데, 나이가 드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아마도 우리나라보다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가 몇 십년 이상 더 오래 된 탓일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에서 야구는 정말 전국민적인 스포츠인 듯 보였다.


야구장에서까지 로봇을 볼 수 있을줄이야.. 역시 일본이구나. 특이하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진짜 과장이 아니고 입이 쫙 벌어졌다. 세상에 이런 야구장이 있단 말인가? 잠실야구장도 이렇게 드넓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 좌석이 층이 없고 그냥 하나의 경사진 구조로 되어있으며, 내야와 외야가 끊어진 부분이 없을만큼 엄청나게 넓었다. 그 위에 뚜껑을 덮어놓으니 뭔가 비현실적인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 커도 엄청나게 컸다.


역시 맥주에는 야구가 빠질 수 없어서 모스버거에서 버거와 치킨, 맥주 세트를 주문했다. 치킨이고 버거고 맥주고 엄청 작았는데 1200엔 가까이 썼다. 야구장 물가는 역시 어마어마하다.


내가 앉은 반대쪽의 외야에는 원정팀인 지바 롯데 마린스의 원정팬들을 위한 응원석이 있었다. 응원을 정말 전투적으로 한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목청이 찢어져라 노래부르고 장난이 아니다.

야후오쿠 돔에서 한 가지 또 놀랐던 것은, 전광판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이렇게 거대한 전광판이 있었는데, 경기 시작 전 이 전광판을 통해 스타팅 라인업 소개를 한다. 선수들 하나하나 멋있는 포즈로 나오면서 화려한 효과와 함께 소개가 된다. 전광판이 가진 일자 모양과 거대한 크기를 제대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천장. 저게 열리는 물건이라니 상상이 안 됐다. 한 번 여닫는 데만 몇 천만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고 하니..


식전 행사에는 저렇게 많은 치어리어들이 나와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경기 시작.. 외야라서 멀리서 작게 보이지만 그래도 응원석에 앉은 덕에 주변의 열광적인 응원을 들으며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7회인가 8회가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 전부 노란 풍선을 불더니, 구단 응원가를 따라 부른다. 사람들이 무슨 군가를 부르는 것 마냥 우렁차게 부른다. 난 히라가나를 읽을 수 있어 자막으로 나오는 가사를 읽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 노래가 끝날 즈음에 사람들이 전부 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낸다. 정말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광경이었다. 그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이걸 날리는 줄 알았으면 영상으로 무조건 찍어오는건데, 타이밍을 놓쳐서 다른 영상을 찾아 올려본다.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솔직히 이거 하나보러 여기 갈 만 하다.

아무튼 아쉽게 이 날 경기는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졌지만, 이 날의 추억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아서인지 한국에 와서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경기 결과도 챙겨 볼 만큼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렸다. 일본 프로야구는 네이버같은 곳에서 동영상이나 중계도 제공하지 않고 커뮤니티도 없어서 챙겨보기 힘들긴 하다만.. 아무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후쿠오카에 간다면 정말 꼭 한 번쯤은 시간을 내서 경기를 보는 걸 추천한다. 여러모로 너무나 즐겁고 인상적인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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